산은, 컨설팅 없이 본입찰 준비
해상 운임료 감소는 매각 부담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KDB산업은행이 HMM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을 위한 컨설팅 과정을 생략하고 조기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시가총액만 11조원 예상 매각가 5조원에 달하는 HMM 향방에 업계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인수 후보군에는 범현대 계열은 물론 CJ, LX, SM그룹 등 국내 주요 물류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단, 최근 글로벌 해운 업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HMM 인수전 추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24일 업계 따르면 HMM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HMM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관련 기업들에게 최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은은 빠른 매각 진행을 위해 HMM 대상 컨설팅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주요 주주는 산은(20.69%) 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으로 공공기관 보유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예상 매각가는 HMM 시가총액을 고려할 때 4조~5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 후보로는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대한통운이 있는 CJ그룹, 상사가 주력인 LX그룹, 해운업 비중이 큰 SM그룹 등이 거론된다. 

단, 매각에 대한 산은 의지와 달리 실제 매각 완료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소 4조원 이상인 높은 매각가는 물론 2조 7000억원 규모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시 매각가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금성 자산이 5조원 가량 있는 HMM에서 영구채 조기 상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구채는 산은과 해진공이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작과 함께 급등했던 해상 운임료가 지난해부터 급락하고 있다는 점도 HMM 매각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관련 국제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월 현재 1000포인트대에 머물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지난해 초 5000포인트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해운업계가 업황 호조에 힘입어 선박 발주를 크게 늘렸다는 점 또한 HMM 매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운임료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 공급은 증가, 향후 HMM 실적이 빠르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투자업계에선 지난해 매출 18조 4000억원, 영업이익 9조 8900억원을 달성한 HMM이 올해는 매출 9조원 영업이익 1조 7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계는 지난 3년 간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공급망 정체로 역대급 초호황을 누렸으나 최근들어 업황이 빠르게 나삐지는 상황이다”며 “정부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하고자 HMM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이나, 과연 누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거액을 배팅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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