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 급증에 최대 실적 갱신
400% 성과급·10억 퇴직금 지급
정부·금융당국 줄줄이 문제 제기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연합>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금융사들을 향한 시선이 그 어느때보다도 차갑다. 계속된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빠르며 오르면서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장사로 최대 수익을 내며 거액의 성과급이나 희망 퇴직금을 지급하자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된 탓이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당국도 연이어 금융사들의 ‘돈 잔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금융사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진 대출 금리 인하, 채용 확대 등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편집자주]

기준금리 인상에 예대마진 확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커지고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자산 증가세가 계속된 영향이다.

통상 금리인상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예대마진이 증가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 자금 수요도 급증했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이자로 벌어들인 돈은 49조2,298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 동기(41조5,609억원)보다 18%(7조6,689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은행을 비롯한 보험, 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최대 400%에 이르는 성과급과 억대의 퇴직연금을 지급했다.

업계별로 보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조4,000억원대의 성과급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 361%을 주기로했는데, 300% 현급은 이미 지급했고 61%는 주주총회 이후 우리사주로 나눠줄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하나은행은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다. 우리은행은 200% 후반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확정은 짓지 못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정해져야 성과급 지급률이 결정되는 만큼 정확한 규모는 3월 예정된 주총에서 결산이 이뤄진 뒤 산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3억∼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법정퇴직금까지 합하면 1인당 퇴직금이 6억∼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해결하고 디지털화 및 비대면 전환 흐름에 맞추기위해서는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직원에게 목돈을 챙겨주는 복지제도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생·손보사들도 지난해 순이익이 총 9조여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토대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임직원들에 지급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연봉의 41%를,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으로 약 550%의 성과급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올해 성과급 수준이 업계 최고치인 연봉의 50%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생·손보사가 좋은 실적을 냈고 내달 말에 성과급이 책정되는 회사들까지 합친다면 업계 전체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카드사들도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31일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성과급 지급에 나설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금융당국에 은행 돈잔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금융당국에 은행 돈잔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진=연합>

전방위적 압박 계속돼

금융사들의 ‘돈 잔치’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말을 보태며 전방위적인 앞박을 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 고객이 분명히 어려워졌는데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다"며 "다음 질문은 그럼 어떻게 해서 돈을 벌었냐는 것인데 어떤 혁신적인 노력을 했고 서비스를 했는지를 물으면 거기에 대한 마땅한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와중에 성과급 등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누구라도 이런 것에 대해 질문하고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사 역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고객 이용 한도 등 서비스 대부분을 줄였고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10% 중후반대까지 인상하는 등 고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압박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에 이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보험회사와 카드회사를 대상으로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이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기에 이런 지적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불어난 부채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와 소민을 돕기위해 은행들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출범에 협조하고 금리도 인하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 범위와 중요성 측면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은행을 구제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어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줄줄이 금리인하·채용확대 발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부담을 느낀 금융사들은 최근 금리 인하, 채용 확대 등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p) 낮춘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춘데 이어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각 최대 1.05%포인트, 1.30%포인트 인하했다. 불과 3개월 사이 세 번이나 금리를 낮춘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1일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으며 신한·하나·NH농협은행도 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현대차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이 연이어 이자율 인하를 발표했다.

카드사들의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 이자율 인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들의 1월 카드론 평균금리는 14.67~15.9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평균금리(14.10~16.36%)보다 하단은 소폭 상승했지만 상단은 0.46%p 하락한 것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카드론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1.66%p 떨어진 14.7%를 기록,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0.53%p 낮아진 15.13%, 신한카드는 0.36% 줄어든 14.67%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다음 주에 일제히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2.5% 내린다.

상반기 채용 계획도 줄줄이 발표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은 올해 상반기 2,288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42명(48%) 증가한 수치다.

보험사들도 올해 상반기 중 1,000여명 규모의 신규 채용에 나선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진행된 ‘금융권 청년 일자리 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중 각각 453명, 513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신금융업계도 올해 상반기 정규직 279명을 채용한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체 65곳은 올해 상반기에 1,035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1770명)와 비교하면 735명이 줄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금융 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기에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금융사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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