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신용융자 이자 6%대 까지 인하
이자장사 비판 증권사 내부 인하 논의 중
늘어난 빚투에 무리한 투자 우려도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증권업계가 신용융자 이율 인하에서 나서면서 아직 인하를 발표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메리츠증권은 23일 고객의 자사 슈퍼(super)365 계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최대 2.4%p 인하한다고 밝혔다.

‘슈퍼365 계좌’는 메리츠증권의 비대면 개설 전용 종합 자산관리 계좌로 메리츠증권은 7일 이하 이자율은 6.9%에서 5.9%로 인하하고 30일 이하 이자율은 최대 8.4%에서 6.9%로 30일 초과 이자율은 최대 9.8%에서 7.4%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내린 모든 증권사 중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로 변경된 이자율은 3월 2일 매수 체결된 물량부터 적용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타사의 높은 신용거래융자 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을 적극 지원하고 건전한 금융투자 문화 조성을 위한 상생금융 강화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6.496%이고 지난해 11월 연 7.016%, 12월에는 6.918%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이율로 평가된다.

앞서 증권업계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자장사’라는 비판에 잇따라 신용융자 이율 인하에 나선 바 있다.

KB증권은 3월 1일부터 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최고금리 기준(31~90일 구간 비대면 고객, 91일 이상 구간) 현행 연 9.8%에서 0.3%포인트 인하한 연 9.5%로 조정했고 주식담보대출은 3월 1일 신규 대출분부터 신용융자는 체결일 기준 3월 2일 매수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0.4%포인트 낮췄고 삼성증권은 구간별로 0.1~0.4%포인트를 낮추고 90일 이상 180일 이하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 이자율을 9.8%로 인하했다. 현대차증권도 31일 이상 90일 이하 구간, 90일 초과 구간을 기존 대비 각 0.4%포인트, 0.6%포인트 내렸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재 내부적으로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이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인 곳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인상 폭이 비교적 낮아서 올해 1분기까지는 인하 계획이 없다고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눈치보기 식 이자율 인하에도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과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 합리화, 공시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들를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증권사의 신용융자의 이자율 방식도 이자율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대변·비대면개설 계좌의 이자율을 구분해 공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의 신용이자율 인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과 전문가는 신용 대출 이자율 인하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무리한 투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은행과는 다른 증권업 사업 구조로 이자율의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하락과 주식시장 회복 기대로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의 머니무브가 관찰되고 있다”며 “다만 최근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현재 증시는 변동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방식)는 반대매매 출회 등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의 경우 사실상 마진이 거의 남지않는 수준으로 운영 중에 있다”면서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지만 증권사는 전혀 다른데 반해 금융당국은 은행과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의 눈치를 안볼 수는 없다”며 “다행히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이자로 수익을 내는 것이 주가 아니라 조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사업 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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