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초거대 AI 기술력 고도화 착수
이통업계, 자사 플랫폼 활용 시장 선점 나서
반도체 업계, 신시장 AI 반도체 개발에 주력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한 전 세계적 열풍이 일고 있다. 챗GPT는 미국 연구조직 오픈AI가 개발한 초거대 AI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 AI가 사람과의 대화를 모방해 이용자와 문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일일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며 올해 GPT-4 버전 발표까지 예고돼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챗GPT가 구글 등 검색엔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구글도 ‘코드레드(적색경보)’를 발령 자체 역량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빅테크 업체들 또한 초거대 AI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편집자주]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카카오 'KoGPT' 고도화 착수
챗GPT의 등장과 함께 국내 빅테크 업체들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빨리 결과물을 보일 곳은 네이버로 예상된다. 현재 네이버는 챗GPT에 대항할 수 있는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검색 서비스 ‘서치GPT(가칭)’를 올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2021년 자체 보유한 슈퍼컴퓨터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해 한국 최초로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모델의 지속적인 고도화가 가능하다.
하이퍼클로바는 오픈AI의 GPT-3(175B)를 넘어서는 204B(2040억 개) 파라미터 규모로 개발됐다.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은 GPT-3의 6500배 이상이다. 하이퍼클로바의 기술력은 자연어 처리 분야 권위 학회인 ‘자연어처리방법론학회(EMNLP) 2021’에서 관련 연구 논문이 메인 트랙에 채택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언어와 이미지 관련 초거대 AI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GPT-3’ 모델의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코GPT(KoGPT)’를 최대 오픈 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공개하고 한국 최대 규모의 딥러닝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도입해 ‘코GPT’ 효율을 기존 대비 100배 이상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초거대 AI 멀티모달 이미지 생성 모델 ‘민달리(minDALL-E)’를 발표하고 2022년 4월 민달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이미지 생성 모델 ‘RQ-트랜스포머’를 선보였다. 이후 현대미술가 고상우 작가와 공동 작업을 통해 카카오브레인의 AI 아티스트 ‘칼로’를 공개했다.
이통3사, 초거대 AI 상용화 나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역시 각사가 보유한 초거대 AI 플랫폼을 활용,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AI 기술 내재화를 통해 2017년부터 AI 기술을 NUGU, TMAP 등에 적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GPT-3 한국어가 탑재된 '에이닷'을 출시했다. 여기에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 구축, 범용성을 늘렸다. 향후 '장기기억' 기술과 '멀티모달'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에이닷을 지속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KT는 2019년부터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 AI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일환으로 올 상반기에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상용화하고, 연내 2000억파라미터 규모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KT는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상용화도 추진한다. 초거대 AI를 차세대 AI콘택트센터, 기가지니, 지니버, AI로봇,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등의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기로 했다. 오픈 포털 '지니랩스'와 산학연 협력체 'AI 원팀'을 중심으로 초거대 AI를 위한 개방형 생태계도 구축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데이터와 AI를 전략적으로 자산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 해당 CDO(최고데이터책임자)에는 미국 델타항공·다이렉 TV·AT&T 등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황규별 CDO(최고데이터책임자)를 영입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사람과 사람 연결을 돕는 AI 서비스를 지칭하는 통합 플랫폼 ‘익시(ixi)’를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음성·언어·검색·추천·예측 등 AI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한편 초거대 AI 엑사원을 개발하는 LG AI연구원과도 협업한다. 챗GPT 등 새로운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삼성·SK,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 박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또한 초거대 AI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당 시장의 업계 활력소가 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1만 개 이상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용한다. 이 GPU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능·고효율 D램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HBM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결합한 ‘HBM-PIM’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GPU 가속기보다 성능이 평균 2배 가량 높고, 에너지 소모는 절반이다. GPU 업계 2위인 AMD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네이버와 AI 반도체 솔루션도 공동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네이버와 손잡고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AI 반도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챗GPT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GPU에는 SK하이닉스의 3세대 HBM(HBM2E)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미국 AMD와 HBM 제품을 선보인 후 4세대 제품(HBM3)까지 선보였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는 초당 819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졌다. 풀HD급 영화(1편당 5GB) 163편 분량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챗GPT 등 AI 시대가 펼쳐지고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장,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초고속 D램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기술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