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 7개월만에 86만명 감소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청약종합저축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 연합>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청약종합저축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 연합>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 해지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과 분양가 상승 등 변화 영향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줄어 이탈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 예치금은 100조18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치금이 정점을 찍은 작년 7월(105조 3877억원)보다 5조 2028억원(-4.9%)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예치금 규모는 조만간 100조원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청약통장 예치금은 2021년 10월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시·도별로 보면 예치금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서울로 확인됐다. 서울은 작년 6월 32조 7489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31조 1817억원으로 7개월 만에 1조 5671억원(-4.8%) 감소했다.

이외에도 대구는 작년 4월 4조 224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만에 5310억원 줄어 감소율이 14.4%에 달했다. 경북은 작년 6월 정점에 대비해 지난달까지 3496억원(-11.5%) 줄었으며 부산도 같은 기간 5371억원(-8.8%)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역시 작년 7월부터 7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가입자는 작년 6월 2860만명에서 지난달에는 2774만명으로 7개월 만에 86만명 줄었다. 현재 4대 청약통장 유형 중 주택청약종합저축만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청약통장 해지자는 작년 1월 25만명 수준이었으나 하반기부터 매월 불어나기 시작해 작년 11월에는 한 달 새 51만 9000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약통장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원인으로는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금리 인상기 청약 자체에 대한 부담 증가가 꼽힌다.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청약 당첨만으로도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어 가입자가 급증했던 것과는 상반 된 분위기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4~5%로 오르는 반면 청약통장의 금리는 연 1,8%에 머물러 있다는 점 역시 이탈자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목돈을 시중은행 예금으로 예치해두는 것이 이득이 되면서 해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청약 시장 역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부동산 규제 완화 시행이 본격화되고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공공분양주택 '뉴:홈' 사전 청약 등으로 청약통장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청약을 넣는 것 자체로 수요자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수요자들의 청약통장 사용이 한층 신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와 더불어 금리가 조정될 때 까지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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