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2팀장
성현 산업2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2020년 설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설이 지났다. 2021년과 지난해 설에 모이지 못했던 가족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모여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제대로 된 명절을 보냈다.

설 당일인 22일 하루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610만여대로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시기였던 지난해 설 당일보다 36% 늘었다.

반면 20∼24일 전국 14개 공항 이용객 수는 109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 연휴 기간 해외 등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국민이 줄어든 셈이다.

또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지역에서 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하루 평균 58건씩 발생해 지난해 설 연휴(66건)보다 12% 줄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의 거리두기 없는 설이 모두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2년여간의 집합 금지와 방역 규제,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업종간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가족들 간에도 형편이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이 보였다.

대표적인 게 명절 선물 양극화다.

위메프는 1~13일 ‘2023 설프라이즈’ 기획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만원 이상 5만원 미만 선물 세트 구매 비율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성비 선물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선물 세트 구매도 지난해 설 기획전 대비 판매량이 29% 증가했다.

마사지 건, 온열 찜질기기 등의 안마용품 판매가 200% 이상 증가하며 10만원 이상 선물 세트 수요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다수의 취향이 많은 갈래로 나뉘며 평균이 사라지는 N극화 소비가 올해 설 소비 트렌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도 5만~10만원 실속세트와 2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 매출이 동시에 신장했다.

설 선물 양극화는 고급 선물의 대명사인 백화점의 판매제품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에 100만원 이상 초(超)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렸다. 1++등급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최고 등급(No.9)만 사용한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250만원)과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2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갤러리아백화점은 한정판 위스키 플래티넘 쥬빌리 70년을 선보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위스키 가격이 4400만원에 달하는 제품이다.

심지어 편의점인 이마트24에서는 설 선물로 준비한 고가의 외제차는 실제로 판매가 성사됐다. 이번에 판매된 모델은 BMW 520i MSP로 6740만원 상당이다. 외제차를 구입한 고객은 30대 남성으로 서울 지역에서 판매됐다. GS25도 900만원의 컬트 와인 샤또르팽2014을 판매했다.

한 병에 4400만원인 와인과 편의점에서 사는 외제차, 보통의 서민들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비율이 196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는 현재 경제 상황이 무색해지는 소식이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었지만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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