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 발의
유통업체 ‘갑질’ 형사처벌 조항 삭제
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도 추진
연말까지 할인행사 비용부담도 경감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채소코너 <사진=성현 기자>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채소코너 <사진=성현 기자>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정부가 유통업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할인행사 비용 부담도 덜어준데 이어 납품업체가 다른 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유통업체에 형사처벌 대신 행정처분을 먼저 하도록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대규모 유통업법 39조 1항 1호를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과도한 형벌 규정으로 인한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어 “앞으로는 공정위가 법 위반행위의 중지와 향후 재발방지 등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 등 행정조치를 먼저 하도록 하고 그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만 형사처벌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유통업체 규제 완화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지난달 28일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대형마트가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것도 추진하고 새벽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 금지 제한을 푸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당시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번 상생협약은 영업규제 도입 10년 만에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상생 발전을 위해서 내딛는 귀중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 논의와 별도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문제 등도 향후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판촉행사에서 판매사에 의무적으로 부과한 판촉비용 50% 분담 의무를 올해도 면제시켰다.

공정위는 특약매입 심사지침과 온라인쇼핑몰 심사지침 개정안을 이날부터 26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심사지침은 일종의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해설서다.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상 대규모 유통업자는 판촉행사를 할 때 판촉비용의 50% 이상을 분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판매가격이 1만원이고 정상 판매수수료율이 30%인 상품을 8000원으로 할인하고 28%의 판매수수료율을 적용해 2만개 판매했다면, 판촉비용은 4000만원이다.

이때 대규모 유통업자의 수수료 수익 감소분은 1520만원이지만 입점업자의 판매수익 감소분은 2480만원으로 판촉 비용의 절반을 넘으므로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한 차별화된 판촉 행사에는 이런 비용 분담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데, 가이드라인은 이런 예외 요건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납품업자가 행사 참여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자기 상품의 할인 품목, 할인 폭을 스스로 결정하면 자발적이고 차별화된 행사로 본다.

이 같은 방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유통업계와 납품업계가 적극적인 판촉 행사로 재고를 소진할 수 있도록 법 적용 완화를 요청하면서 2020년 6월 처음 시행됐고 2021년 1월과 작년 1월 각각 1년씩 연장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의 복합 경제위기가 더해지면서 소비 침체 우려가 커져 납품업계와 유통업체 모두 기한 연장을 재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 운영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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