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유라 기자.
산업부 정유라 기자.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규제 완화 카드를 하나씩 꺼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내놓고 있다”, “유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는 유리하나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있는 무주택자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방안”,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면 집을 살 수 있게 집값 더 떨어지게 놔둬야 하는거 아닌가”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완화 정책이 베일을 벗자 시장 관계자 및 커뮤니티에서는 미온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청약·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 장치들을 대부분 해제하며 대대적인 연착륙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활용했던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풀었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대거 해제되면서 대출,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 대한 규제가 해제됐다. 무주택자에만 50%로 제한되던 LTV는 70%로 상향되고 집을 살 때 자금 조달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양도세·취득세 같은 주택 세제 중과 규제도 거의 적용받지 않고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장 10년이던 청약 재당첨 제한도 사라진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도 강남 3구와 용산구 73개동만 남았다.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 대해서는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까지 폐지한다.

기존에는 수도권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되면 최장 10년간(비수도권 4년) 되팔 수 없었는데 전매제한 기간이 최장 3년으로 줄어든다.

최대 12억원까지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 규제도 풀고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한 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없앤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주택매매심리 지수를 소폭 반등시키는 등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의미가 있으나 주택 시장의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것은 여전히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와 이번 완화 방안에서 제외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개인이 갚아야 할 모든 원금과 이자를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 규제에 막혀 내 집 마련이 절실하나 보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무순위 청약에 유주택자 신청 허용 등은 일부 서민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에게 매물을 싹쓸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위 있는 자들의 투기수요를 부추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집값 안정을 위한다는 무차별적인 규제에 지쳐있던 수요자들은 이번에 풀어진 부동산 대책에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조금이라도 품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환영하나 적어도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단 계층을 세분화해 배려 대상이 실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검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 세부적인 방안을 꼼꼼히 살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중장기적인 후속 정책을 반드시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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