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출판사/ 노재학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에는 역사 이야기를 담아서, 재기발랄함을 담아서 탄생한 작품들을 ‘명작’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산 범어사 대웅전 닫집’,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영주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처럼 비교적 익숙한 작품들도 있다.

안동 봉정사 지조암 칠성전 벽화나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어람관음 등은 거개의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오래 보는 수고와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석굴암이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못지않은 ‘명작’임을 알아낼 수 있다. 하늘의 별이 ‘여래’가 된 사연이나 관세음보살이 고기가 든 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는 벽화 등은 발상 자체만으로도 ‘명작’으로 읽혀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다. 역사나 재가발랄함에 더해 ‘자연’까지 담아 ‘명작’으로 제시한다. 구례 화엄사의 구층암 요사채의 기둥은 모과나무다.

휘어진 소나무 같은 걸 기둥으로 쓴 경우는 있지만 곧게, 크게 자라지 않는 모과나무를 기둥으로 썼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자연 속 절집에 또 하나의 자연이 들어온 셈이다. 저자는 이 모과나무를 두고 ‘자연주의 미학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다른 나무도 한 그루 절집에 들어왔다. 같은 소나무지만 특별한 대접을 받는 소나무, 바로 운문사 처진 소나무다.

처진 소나무가 흔하진 않지만 그걸 ‘명작’으로 만든 건 ‘사람’이다. 절집 한가운데 자리잡은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는 일 년에 열두 말씩 스님들에게 막걸리 공양을 받는다. 벌써 40년이나 된 이야기다. 거기에 역사가 담긴 것은 물론 사람까지 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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