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숲 (장편소설 대상)
박숲 (장편소설 대상)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작품들이 당선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었다. 한파가 이어진 어느 날, 마찬가지로 체념의 아침을 걷고 있었다. 녹지 않는 눈은 군데군데 쓰레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앞서가던 아이가 더러워진 눈더미를 발로 찼다. 이유 없이 아렸다. 잔치가 끝난 뒤의 쓸쓸함. 그 순간 스팸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딱딱한 목소리를 냈다. ‘현대경제신문’ ‘대상’이라는 단어가 차가운 공기를 뚫고 나뭇가지 사이로 빠르게 통과했다. 그토록 맑고 투명한 아침햇살이라니! 수면제를 계속 복용해서라도 이 꿈 안에 머물고 싶었다.

언니는 젊은 아버지 얘기를 들려줬다. 윤동주와 김소월 등의 시집을 매일 필사하여 언니들에게 자랑했다던 아버지. 젊은 아버지 역시 나처럼 오랜 소망을 견뎠던 걸까. 나도 모르게 젊은 아버지에게 뛰어가 오랜 소망을 이뤘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싶었다. 소설에서 이중적 아버지를 등장시킨 것처럼 내게 아버지는 그런 존재였다. 아버지 앞에 서면 언제나 작게 오그라들었던 나를 작품 안에서 일으켜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탓에 ‘NO’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다. 작품 안에서라도 진정한 주체를 찾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오래오래 골이 깊었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에 관한 소설일 수도 있겠다.

늦게 뜬 별이 가장 빛난다는 말이 있다. 비록 늦었지만 나만의 빛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리라. 나의 별에 빛이 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님들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꾸준한 관심으로 작품을 돌봐주신 남상순 작가님, 당신이 아니었으면 투명하게 빛나는 아침햇살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예요. 작가로서의 윤리를 강조하시던 박상우 선생님, 장편의 진수를 알려주신 강태식 작가, 소설의 첫 스승님이신 윤후명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 전한다.

글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붙잡고 괴롭혔던 나의 언니, 나보다 내 작품을 더 걱정했던 두 딸과 가족들, ‘너무나도 사랑해!’ 그리고 문학인으로서 방향을 아낌없이 조언해주던 이서안 작가님, 서현이 작가님, 마윤제 작가님께 특별히 감사 인사 전한다. 또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 ‘문학에 길을 묻다’ 카페의 다정한 문우님들을 비롯, 지면 관계상 호명할 수 없는 여러 문우들께 진심 담아 감사를 전한다. 제가 한 발짝 먼저 가 있을게요. 조만간 어깨동무하고 같이 걸어요!

마지막으로 내 작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주신 현대경제신문에 머리 숙여 인사드린다. 오랜 소망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력>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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