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금융부 기자
최윤석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투자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떤 종목이건 과도하게 맹신하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 중에는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이들이 있다. 테슬라 투자자들이다.

실제 많은 투자자들은 아직도 테슬라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지만 테슬라는 보란 듯이 그 사랑을 배신하고 있다.

2023년 첫 거래일에서 테슬라는 장중 14% 넘게 폭락하며 전날 대비 12.23% 하락한 108.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작년 전기차 인도 실적이 수요 둔화 우려를 키우면서 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테슬라의 2022년 인도 대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131만대였으나 연간 50%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회사 목표치에 미달했고 작년 4분기 인도량 역시 40만5,278대로 시장 예상치43만1,117대를 밑돌았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대한 성토가 여기저기 이어졌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 댄 아이브스(Daniel Ives)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3일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끝났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고 테슬라의 팬보이(Fan boy)를 자처한 바 있는 개인주주로서는 보유액 3위인 인도네시아의 IT재벌 레오 코관(Leo Koguan)도 “일론은 테슬라를 버렸고 테슬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자신의 SNS에서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 현황 발표 이후 월가 투자기관 가운데 최소 4곳이 목표주가와 향후 수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고 투자은행 JP모건은 테슬라 마진 축소를 예상하면서 목표주가를 1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런 해외시장에서의 혼란 중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테슬라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12월까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투자한 총액은 27억 5,200만 달러로 한화로 3조 5,000억원에 달했고 최근 1주일 사이 테슬라 주가의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 셰어즈(TSLL)가 개인투자자 매수 금액 3위를 차지해 테슬라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사랑은 조건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과연 사랑할만한 대상일까 하는 고민은 해보고 사랑을 해야 한다.

'테슬라의 투자자들은 창의적이고 멋진 혁신가의 스토리라인과 사랑에 빠져있다.(Invester fell in love with storyline about a brilliant, cool innovator)'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들 뉴욕시립대 교수가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 말이다.

투자는 사랑의 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의 결과물이 되어야 할 것이 투자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지금껏 이룬 성공스토리에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투자가 아닌 기약 없는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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