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인플레이션, 업종별 사건 사고 이어져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올 한해 산업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엔데믹 도래와 함께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감돌았으나, 고금리 기조 속 주요국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그 여파로 수출은 급감했고 부동산 포함 국내 소비시장도 얼어붙었다. 그나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력이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국내 원전 수출 또한 재기된 것은 올 한해 우리 산업계가 거둔 상과라 할 수 있겠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에 거래 끊긴 부동산 시장, 건설사 실적 악화 예고

올 한해 부동산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 경제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집값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고 분양시장에선 미분양이 속출 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담 상승에 따른 추가 부실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1.37% 하락했다. 인천의 낙폭(-2.41%)이 가장 컸으며, 세종도 2.33%로 하락 폭이 커졌다.

강남권에선 송파구(-1.73%)가 잠실동의 대단지 위주로 급매물이 거래돼 낙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1.53%)와 강남구(-1.24%) 등 다른 지역들도 -1.0%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2.02%까지 급락하며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에도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낙폭이 7%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국 26만 2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5.23% 하락했다. 전세시장에선 고금리 기조로 세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역전세에 관한 우려까지 겹쳐 월세로 바꾸는 비율이 증가했다.

청약 시장 역시 침체됐다. 리얼투데이의 청약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대 1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19.1대 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2014년 평균 6.7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 기록이다.

미분양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1년 전 1만4075가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대출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안전진단 완화 등 거래 정상화를 위한 방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주택 가격의 급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美 IRA 시행...국산 전기차 위기론 대두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란 복병을 만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를 발효했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최대 7500달러(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법안 도입 목적이라 밝혔으나 사실상 중국 견제용이란 인식이 지배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법 시행에 따른 유탄 피해를 보게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전량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이들 차량은 IRA 시행 직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가 IRA 통과로 인해 전략적 요충지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8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아이오닉5는 미국 시장에서 총 1306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달 대비 14%(211대) 줄어든 수치다. 전전달과 비교해서는 30% 이상 감소했다. EV6도 9월에 1440대가 판매됐는데 전달 대비 22%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재무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IRA는 ‘FTA(자유무역협정) 정신 위배'라고 강도 높게 비판함과 동시에,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4~2025년까지 법안 유예 요청한 상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을 진행했고 SK온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IR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는 내년 3월까지 IRA의 ‘핵심 광물 및 배터리 부품 조건’에 대한 세부 지침 공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하위 규정을 바꾸겠다고 언급했지만 IRA 하위 규정이 완화돼도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이 완화되지 않으면 현대차·기아는 당분간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게 된다. 업계에선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쟁력 하락에 따른 판매 차질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프렌즈 '라이언'과 '춘식' <사진=카카오>
카카오프렌즈 '라이언'과 '춘식' <사진=카카오>

초연결 외치던 카카오, 화재로 '먹통' 인증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빅테크업체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해 온 카카오 또한 올 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인해 취약한 서버 안정성이 대외로 노출된 탓으로, 이로 인해 미래 초연결 시대 주역이 되길 원했던 카카오로서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겼다.

카카오는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센터에 서버 3만 2000대를 두고 있었는데 이중화 복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고 직후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주요 서비스들이 길게는 닷새 넘게 정상 가동 되지 못했다. 서비스별 복구는 순차적으로 이뤄졌지만 모든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진 총 127시간 30분이 걸렸다.

카카오는 서비스 복구 지연 관련 네이버와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못한 점도 비난 대상에 올랐다. 카카오는 화재가 난 판교 데이터센터가 메인 서버였고 네이버는 판교와 함께 강원도 춘천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었고 그로인해 화재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여파로 카카오에선 남궁훈 각자대표가 사임했고 회사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어발', '쪼개기' 경영에 따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 12월 7일부터 3일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를 온라인으로 열고 데이터센터 이중화 조치가 미흡했던 점 등을 되짚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5년간은 지난 5년간 투자금의 3배 이상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SKT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T>
SKT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T>

5G 약속 못 지킨 이통3사, 할당 취소 처분 받아

올해 이동통신업계에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5G 28㎓ 주파수 관련 유례없는 주파수 할당 취소 결정이 이뤄졌고, 업체들 각성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2018년 정부는 5G주파수 할당 당시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게 각사 별 28㎓ 대역 장치 1만 5000개 구축이 할당 조건을 내렸으나, 이통3사의 장치 구축률은 10%대에 불과했다. 각사별 구축대수는 SKT 1605대, KT 1586대, LG유플러스 1868대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SK텔레콤에게도 이용 기간 6개월 단축을 최종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치를 두고 아직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28㎓ 주파수를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건 정책 유연함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8GHz 주파수의 경우 3.5GHz 대비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약하다 보니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한데,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전국망 용도로 활용되기가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도 28㎓ 대역 전파 특성을 고려 일부 지역이나 건물에서 특정 용도로 한정적으로만 사용해 왔다. 대형 쇼핑몰이나 스포츠 경기장 또는 일부 스마트팩토리 공장에 대해서만 28㎓ 대역을 활용하는 식이었다.

회수 처분을 받은 KT와 LG유플러스는 28㎓ 대역 대신 3.5Ghz를 통해 5G 서비스를 충분히 대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28㎓ 대역은 주로 공공 와이파이용으로 쓰이는 대역이라 당장 소비자가 느낄 불편함을 적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진=위믹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위믹스 홈페이지 캡처>

가상화폐 위믹스, 국내 상장 폐지

지난 11월에는 국내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가 위메이드에서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에 대해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거래소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이 실제 유통량과 차이가 있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10월 27일 위믹스는 거래소 쪽에 제출한 자료와 코인마켓캡에서 집계한 유통량이 다르다는 게 알려지면서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닥사는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 제출 자료에 오류 있음 등의 이유로 두 차례 유의종목 기간을 연장했다.

위메이드 측은 법원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조치를 무효화하려고 했으나, 기각됐다. 위메이드 다른 국내 거래소인 '지닥'에 위믹스를 상장시키는 한편 항고를 이어나가는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위믹스 7130만개를 소각해 토큰 수축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위믹스는 최초 발행량인 10억개보다 낮아졌으며 회사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바이백(재구매)'에도 적극 나서며 투자자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일 1000만달러(한화 약 130억원) 규모로 위믹스와 위믹스 클래식을 바이백한 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 출시도 차질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위메이드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는 글로벌 비공개베타테스트(CBT)를 성공리에 마쳤다. 아시아와 남미 지역 비공개베타테스트(CBT)에서 2개 서버 모두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위믹스 상폐를 계기로 모든 거래소가 참고할 수 있는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 11월 거래소의 상장폐지 정책에 관련해 검토에 나서겠다 밝혔지만 실제 마련까지는 얼마나 걸릴 지 미지수다.

신한울 1·2호기 <사진=연합뉴스>
신한울 1·2호기 <사진=연합뉴스>

원전 수출 재개.. 유럽 시장 진출 앞둬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를 벗어난 시장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고사 직전이던 원전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때아닌 원전 수출 특수를 맞고 있다.

정부는 원전 발전 비중 확대를 비롯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가동 기간 연장, 인력 양성, 원전 수출지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3년 원전 지원 규모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난 14일에는 신한울 1호기가 2010년 착공 이후 12년 만에 가동을 시작했다. 신한울 1호기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APR1400 노형으로 원자로냉각재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주요 기자재 핵심기술을 완전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이다. 지난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 1호기와 신고리 2호기의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다.

내년 상반기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원전 건설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일감도 상반기 중 발주될 것으로 보이며 원전 건설 및 수출 등으로 2023년에만 2조원 이상의 일감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40조원에 달하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한국수력원자력은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PGE)와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원전 건설 규모는 2∼4기로 예상되며 1기는 1400메가와트(㎿)급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8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체코전력공사(CEZ)를 방문해 원전 건설 사업 입찰서를 제출했으며 최종 사업자는 2023년 중으로 결정된다.

한국전력공사는 튀르키예와 20조원대의 원전 건설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1400㎿ 규모의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공동으로 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4년 정부 간 협정(IGA)을 체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

올해 조선업계에선 대우그룹 해체 후 20여 년 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인수 결정이 이뤄졌다.

지난 16일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약 2조원 투자를 마무리하면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지난 9월 한화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확보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최종 인수는 방산업체 매매 승인 및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가 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구축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지난달 기준 특수선 부문의 수주잔고는 55억 5000만달러다. 전체 수주잔고의 20%에 해당한다. 한때 방산 부문에서만 매출 1조원을 올리기도 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으로써 해양 방산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공군과 육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해군으로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인수 관문인 기업결합 승인 심사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 때와 달리 독과점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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