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효율지수 제한 조치

2022년형 네오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2022년형 네오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유럽발 친환경 에너지 규제로 내년 8k TV판매 전략에 비상이 걸리면서 사업 구상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올해 전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억 200만대로,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는 상반기 삼성전자가 63.1%, LG전자가 5.5%의 점유율을 기록한 초고화질 8K TV의 내년 출하량이 약 40만대로, 올해 대비 7.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8K TV 출하가 전년 대비 감소하는 건 처음이다.

8K TV는 이론상 기존 4K UHD(3840×2160)와 비교해 4배 선명하다. 8K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도쿄올림픽을 앞뒀던 2020년 4분기에는 출하량이 분기 최대치인 13만 5800대를 기록하며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부족한 8K 전용 콘텐츠와 기존 제품 대비 높은 판매가격이 시장형성에 걸림돌이 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8K TV 출하량이 내년 40만대 수준으로 올해 대비 7.7%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LG전자의 W-올레드(WOLED) TV의 올해 출하량도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내년에 다시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유럽의 친환경 에너지 규제가 변수로 거론된다. 내년 3월부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4K TV에 적용하고 있는 EEI(에너지효율지수)가 8K TV, 마이크로LED TV에도 확대 전용될 전망이다.

강화된 기준에 따르면 8K TV와 마이크로LED TV는 EEI 0.9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등을 비롯해 시중에 나온 모든 8K TV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시장은 북미, 일본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최상위 모델인 8K TV가 규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하위 모델도 줄줄이 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일단 8K TV에 집중했던 마케팅전략을 4K를 비롯한 다른 제품군에도 분산키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전략을 유지하되, 분산형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창설된 ‘8K 협회’와 한국 정부는 최근 EU 규제당국에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관련한 기술 옵션을 제안했다. 협의를 통해 일부 옵션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TV 시장 전략으로 8K TV 매출 비중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규제 시행 이전에 세운 내년 유럽 TV 시장에서 판매 목표를 그대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10년 연속 1위 달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TV를 넘어 게이밍 모니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스탠바이미TV 등 새로운 영역의 제품군 개발을 통해 다변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게이밍과 크리에이터를 위한 고성능 모니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당 시장에서도 OLED 생태계를 확대,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유지하되 세부적인 방법에는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판매량이 당초 예상만큼 따라오지 못했고, 유럽발 규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슈로, 8K TV 시장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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