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금융부 기자
최윤석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뻥튀기 청약’을 한 증권사는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아 최대 업무정지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사전수요조사 허용을 통한 적정 공모가 밴드 설정, 주관사 주금납입능력 확인 후 청약과 배정,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 확대를 통한 적정 균형가격 조기 발견 등 3가지 핵심 사항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중 핵심이 되는 주관사의 수요예측에 대한 책임 강화는 상장 초기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과열되는 현상을 막고 투자자의 투기적 투자를 막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앞서 IPO시장에서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개인투자자가 허다했다.

수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긴 신라젠은 지난 2016년 IPO 상장예비심사 기술특례상장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직후 1만3,500원이었던 주가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 2017년 11월 21일 13만 1000원까지 치솟았고 2018년 6월 5일까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라젠의 경영진들이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매도한 혐의가 발각돼 2년 넘게 거래가 정지됐다. 기존 경영진의 사퇴와 법적 처벌, 엠투엔으로 최대주주가 바뀌고 나서야 다시 거래가 재개됐다.

이 같은 IPO 잔혹사는 대형주가 상장된 코스피 시장에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현 하이브)는 지난 2020년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연일 해외 음악 차트 기록을 갱신하는 방탄소년단과 KPOP 한류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시가총액은 4조8,54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상장 후 단 이틀 만에 무너졌다. 상장일인 14일 27만원에 장을 마감한 빅히트의 주가는 15일 25만8,000원에 마감했고 2021년 한때 40만원 선까지 가격을 회복한 적도 있으나 결국 2022년 12월 현재 빅히트의 주가는 16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빅히트의 상장 무렵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리포트를 내놨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방탄소년단의 군입대 문제와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된 가치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라니 소규모 개인투자자의 몫이 되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양고기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로 남을 속이거나 원래의 가격보다 터무니 없이 높게 팔 때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개고기를 판 것이 아니다. 개고기를 팔더라도 정직한 가격에 정당하게 개고기를 팔았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개고기도 시장에 수요가 있는 상품이라면 그것을 파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팔았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증권업계의 경종이 되길 바란다. IPO시장에서 모든 증권사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눈부신 흥행을 소망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파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파느냐다.

무엇을 팔건 책임감을 가지고 정직한 가격에 판다면 그것 자체로도 훌륭한 간판이고 자산이 된다는 것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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