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CPI 지수 7.1%로 예상치 하회
금통위서도 위원 6명 중 3명 속도조절 언급
내년 1분기 채권금리 고점 2분기 하락 전환 전망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사진=연합>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이 곧 절정기를 맞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 및 채권형 상품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현지시간으로 13일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시장 전망치 7.3%보다 0.2% 하회했다.

앞서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를 상회했던 CPI 상승률은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11월에는 7%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상승해 역시 시장 전망치인 0.3%를 하회했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2%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전문가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1%, 전월 대비 0.3%)를 하회했고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0.2%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소치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 절정기를 지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코스카는 "오늘 CPI 발표에 따라 비둘기 진영에서 가능한 한 빨리 0.25%포인트로 인상 속도를 늦추자고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은 한국은행에서도 나타났다. 13일 한은이 공개한 2022년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금융안정이 우려되는 만큼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2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나머지 1명은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시중 자금은 금리인상으로 가격이 낮아진 채권 및 채권형 상품으로 쏠렸다.

삼성자산운용은 존속기한형 채권 ETF 9종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1월 22일 8종이 상장한 이후 해당 ETF에 유입된 순자산은 12일 기준 1조 1,0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고채 ETF와 은행채 ETF로 절반 수준의 자금이 유입됐다.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채권 판매도 늘어 KB증권의 지난 11월 30일 기준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5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연간 리테일 채권 판매액인 9조5,000여억원 보다 58% 이상 증가한 수치로 월평균 리테일 채권 판매액으로도 2021년 8,000여억원에서 73% 증가한 1조 3,600여억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중장기 원화채권 판매량은 전년도의 약 1조원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약 4조원에 육박했고 국채 판매량도 올해 중반 이후 월 평균 1,100억원 수준에서 지난 10월 2860억원, 11월 약 2,480억원으로 최근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KB증권은 채권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개인 고객과 일반법인 고객의 채권 매수가 몰린 것이 리테일 채권 판매액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 설명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안정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장 우려 대상이었던 CP시장도 고점을 형성하며 상승 폭을 줄여가고 있다"며 "최근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며 레벨 부담을 형성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압축적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내년 1분기 말 주요 채권 금리의 고점 형성을 전망하고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로 2분기부터 채권 금리 하락 전환이 이뤄져 하반기엔 금리 하락 기조의 본격화가 기대된다"며 "역대 최악으로 위축됐던 채권 투자 심리는 1분기말부터 회복돼 하반기로 갈수록 채권 투자 심리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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