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형/ 홋타 요시에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신문사 임시직원으로 외신기사를 번역하는 주인공 기가키는 북한군을 일본의 ‘적’이라 옮기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일본은 한국전쟁을 패전으로 황폐화된 일본을 재건하는 데 절호의 기회로 보는 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기회로 보는 공산당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비참한 경험이 있는 주인공은 전쟁 자체를 혐오하고 있었다.

한편 주인공은 작품 속의 현재진행형 한국전쟁과는 언뜻 보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신문사의 업무나 일상사에 대한 각성을 하게 된다.

요컨대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주인공이 사는 일본의 일상사는 근본적으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신문사도 주인공인 나도 실제로는 전쟁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당장 집세와 식료품 구입에 쪼들리는 주인공은 물론이고 유엔으로 떠나야 하는 중국인 기자 장궈쇼우의 처지가 그렇다. 그 와중에도 한국전쟁 특수경기에 취한 노동자들과 전세계 분쟁지역을 돌며 잇속을 챙기는 구 오스트리아 귀족 티르피츠, 경찰보안대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주인공의 상사 부부장 하라구치는 들떠 있다.

주인공은 이러한 비자발적 상황(이것조차도 의심하면서)을 벗어나기 위해 티르피츠로부터 받은 돈으로 망명을 시도하지만 그것도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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