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농협금융·기업銀 CEO 대부분 관료 출신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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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금융사를 이끌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관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해 금융지주 회장 및 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업계에서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뤄낸 만큼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으나, 최근 전직 관료 출신으로의 교체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행정고시 26회인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캠프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다.

CEO 인사 기조 변화는 현재 논의 중인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한 법 규정 개정과 관련있다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농업중앙회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어 회장 선임에 중앙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데, 최근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논의되면서 중앙회 내 의중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와 새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서 손 회장의 연임 보다는 전직 관료 출신으로의 교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차기 IBK기업은행장으로도 관 출신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오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2일 끝나는데 유력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 전 금감원장은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 보험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국장급) 등을 거쳤다. 이후 기재부 차관보와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내며 굵직한 경제·금융 정책을 주도했다.

노조는 외부 인사 선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감독기관장이 피감은행으로,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설명을 내고 정 전 금감원장의 기업은행장 임명 유력설에 강하게 반발한데 이어 다음주에도 기자회견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관피아 우대가 다시 전통으로 다시 자리잡을 경우 금융사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초대 신충식 회장과 손 회장을 제외하고는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전 회장까지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회장 자리를 차지해왔다.

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과거 기업은행장 자리는 대부분 관료 출신이 도맡아 왔다.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김도진 행장까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은행장을 맡아오며 내부 취임 관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지난 2020년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행장으로 임명되면서 도돌이표가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농협법과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한 조직인 만큼 금융당국, 정부와 관계 조율이 가능한 인물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해도 외부출신의 경우 내부출신보다는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재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혁신을 이끌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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