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이순원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박제사 박인수는 종종 기르던 개와 고양이를 박제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의뢰인에게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당장은 슬픈 마음”이 들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박제사가 아무리 공을 들여도 반려동물이 살아 있을 때 주던 위안과 교감까지 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죽음은 결코 완전히 복원될 수 없으며 죽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생존자의 삶 역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비극적인 진실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를 준다.

우리가 타인의 죽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박제해 곁에 두지 않더라도, 죽은 자를 다시 복원해 살려내지 않더라도 우리가 삶을 공유하며 위안을 주고받았던 '함께했던 날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곁의 사라진 사람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 책장을 덮으며 우리는 그 발음 그대로 애도가 곧 사랑의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죽음과 애도, 그리고 한 인간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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