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960여명, 온라인몰 상대로 손배소송 제기
장애인들 “롯데마트, 온라인쇼핑몰 이용 어렵게 해놔”
1심서 장애인 승소…법원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
2심 법원, 조정 시도했으나 실패…내년 1월 2심 판결

정보격차해소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4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SSG닷컴, 롯데쇼핑, 지마켓의 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보격차해소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4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SSG닷컴, 롯데쇼핑, 지마켓의 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시각장애인 수백명과 SSG닷컴·롯데마트몰·G마켓이 맞붙은 민사소송의 2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온다.

이들 사이트에 시각장애인들의 쇼핑을 위한 장치가 없어 이용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이다. 1심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임모씨 등 시각장애인 960여명이 SSG닷컴과 롯데쇼핑, 지마켓을 상대로 제기한 57억78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의 판결을 내년 1월 12일 내릴 예정이다.

이 소송은 시각장애인들이 SSG닷컴, 롯데마트몰, G마켓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7년 9월 정보격차해소 운동본부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급 시각장애인 963명을 대표해 SSG닷컴, 롯데쇼핑(롯데마트몰), 지마켓 등 3개사를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이들 쇼핑몰을 상대로 1인당 2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등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규탄하고자 한다”며 “시각장애인의 정보이용 차별에 따른 피해를 알리고 이를 구제함으로써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소송으로 장애인, 고령자 등 정보이용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디지털 정보이용에서 발생된 지식격차를 해소하고 차별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정보통신이나 의사소통 등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공공·민간의 주체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또 “시각장애인은 모바일은 차치하더라도 생필품 구매나 서비스 예약, 정보검색, 금융서비스, 공공 대민 서비스 등 일상생활에 기본적인 웹서비스 이용도 매우 어려워 이를 통한 서비스 혜택을 못 받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소송 이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쿠팡과 11번가, 옥션 등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 14곳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국가표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과 모바일 앱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도록 지난 2020년 7월 권고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통상적으로 화면의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화면 낭독기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또 인터넷의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 콘텐츠를 이해하려면 이를 말로 풀어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상품 설명을 대부분 이미지 형태로 제시하면서도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인권위는 “웹과 모바일 앱 사용은 정보 접근권으로서 장애인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보장에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며 “피진정인들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국가표준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정보 접근에서 제한·배제한 것으로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원도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지난해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들 3사가 장애인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우선 재판부는 SSG닷컴·지마켓·롯데쇼핑이 웹사이트에 충분한 대체 텍스트 등을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SG닷컴·지마켓·롯데쇼핑이 웹사이트에 상당수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내용 등이 이미지 파일로 첨부됐음에도 해당 정보를 인식할 정도로 충분한 대체 텍스트 제공을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어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등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해 대체 텍스트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은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많은 제약이 따른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6개월 내에 SSG닷컴·지마켓·롯데쇼핑이 쇼핑몰 웹사이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기를 통해 품목별 재화 등 정보 및 상품에 대한 광고, 이벤트 안내 중 문구로 기재된 사항 등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2차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양측은 조정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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