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제품 영양성분 표기 법적 근거 미약…‘소비자 사각지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캔햄 제품과 일부 햄 제품들에 영양표기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동원F&B ‘리챔 녹차’(왼쪽)와 CJ제일제당 ‘프레시안 샌드위치 햄’ 제품으로 영양표기가 누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캔햄 제품과 일부 햄 제품들에 영양표기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동원F&B ‘리챔 녹차’(왼쪽)와 CJ제일제당 ‘프레시안 샌드위치 햄’ 제품으로 영양표기가 누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경제신문 최보람 기자] 시중에 유통되는 캔햄과 일부 햄 제품 등 축산가공식품에서 영양성분 표기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햄 제조업체들은 법적으로 영양성분 표기의 의무대상은 소시지일 뿐 햄 제품에 대한 영양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건강권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햄 제조업체들은 지난 3월 서울YMCA가 제기한 ‘캔햄 영양성분 표기 누락’에 관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캔 햄에 영양표기를 하지 않고 있었으며, 일부 햄 제품에서도 영양성분 표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성분 표시 없이 시중에 유통되는 햄 제품은 CJ제일제당의 스팸과 더 건강한 햄 브랜드 중 캔햄 제품, 사조 ‘안심팜’, 하림ㆍ롯데햄ㆍ동원 등에서 생산하는 ‘런천미트’, 동원 '리챔‘ 등 캔 햄이 주를 이뤘다.

영양성분 표시 누락은 캔햄 뿐 아니라 일부 햄 제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롯데햄의 김밥속 햄, 짜지 않고 담백한 맛 베이컨, 한입 떡갈비, CJ의 숯불 김밥햄, 백설 후랑크, 일부 샌드위치, 농협 목우촌 김밥햄, 로스구이, 프라임 살코기 햄 등 일반 냉장햄 제품에서도 영양성분 표시가 누락돼있다.

캔햄 제품 중 대상 청정원에서 제조하는 ‘우리팜 델리’는 영양성분 표기가 있었으나 아동을 타깃으로 한 자사제품인 ‘우리팜 아이사랑’ 제품에는 영양선분 표기가 없었으며, 이마트 ‘프리미엄 제주 흑돼지’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부 캔햄 PB상품도 영양성분이 표기돼있지 않았다.(홈플러스 ‘런천미트의 경우 영양성분 표기)

영양표시를 표기한 캔햄 중 ‘대상’에서 생산하는 ‘우리팜 델리’의 경우 30g당 80칼로리, 지방 11%를 함유하고 있다. 330g 한 캔으로 보면 880칼로리를 함유하며, 영양소 하루 섭취 기준으로 탄수화물 11%, 지방과 나트륨는 각 121%였으며, 포화지방은 143%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햄 제품의 영양성분 미표시는 제품에 함유된 재료들의 원산지 구분뿐만 아니라, 지방과 나트륨 등 소비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성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햄 제조업체들이 이렇게 제품에 영양성분을 표기하지 않는 까닭은 법적으로 소시지는 영양성분을 표기해야 하는데 반해, 햄 제품은 영양표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조가 정하고 있는 영양표시 대상 식품에서 프레스햄(식육통조림)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캔햄 제조사들이 굳이 영양표시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햄 제품의 영양표시 누락에 문제를 제기했던 서울 YMCA 관계자는 “영양성분 누락에 대해 식약처에 질의 한 바 있으나, (식약처에서는)차차 영양성분 표시를 확대토록 할 예정이라고만 밝혔을 뿐, 영양표시 기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관계 당국의 개선 의지를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영양성분 미표시에 대한 지적에 햄 제조업체들은 햄 제품에 영양성분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와 햄 제조 공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햄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소시지 제품들은 영양성분 표기가 의무지만, 프레스햄(캔햄)과 햄 제품들은 영양성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시지는 제조 공정 상 축산물의 입자가 작은데, 이런 경우 영양성분 기준치를 맞추기 쉽기 때문에 영양성분 표시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축산물의 절단면이 큰 햄 제품들은 절단면에 들어있는 지방과 단백질 등의 영양성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표준 영양성분을 기재하는 데 어려움이 큰 까닭에 성분표시 의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축산물의 표시기준’에 캔 햄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신설하는 등 개정고시를 통해 의견 수렴 후 확정할 계획에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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