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경쟁률 작년 절반 이하로 급락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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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올해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이 작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의 가구 수를 중복으로 집계한 것을 의미, 금리 인상으로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5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2698가구)과 비교해 2.7배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청약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371가구에서 1573가구로 4배 이상 늘었다. 경기도의 미계약 물량 역시 1885가구에서 4136가구로 급증했으며 최근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는 인천의 경우 442가구에서 1654가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낮아졌다.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의 청약 경쟁률은 118.7대 1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에 청약 경쟁률은 44.9대 1로 급락했다. 서울에서는 경쟁률이 734.0대 1에서 143.7대 1로 떨어져 5분의 1 수준이 됐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이 끝난 뒤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로 나온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진행되는 만큼 가점이 낮은 2030층에서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대거 청약자가 몰렸던 과거와는 상반된 결과다.

최근 일부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신규 단지 무순위 청약도 분양 완료가 쉽지 않아 부동산 시장 한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는 무려 14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며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한화 포레나 미아’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5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경기도 안양시에 분양한 ‘평촌 두산위브 더 프라임’은 특별공급 95가구에 837가구가 몰리면서 평균 8.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178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1가구(62.4%)가 잔여 세대로 남게 됐다. 결국 해당 단지는 우수한 입지 여건에도 불구하고 선착순 분양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금리와 함께 분양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대출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어 일명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본 청약 시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 포기자가 더 늘어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높아진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는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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