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논의의 중심이 덩치에서 효율성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효율과 관련해 언급한 이후 최근 취임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동조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효율성에 대한 관점에서도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해 관심을 끈다.

◇"얼마나 효율성 있는지가 중요"

잠잠하던 메가뱅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강 회장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 국내 은행의 규모를 해외 거대 은행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형은행간 각종 짝짓기 구상이 무성했다.

강 회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도 "세계 70위 은행이 5∼6개 있어 봤자 아시아 금융허브로 어렵고 국제시장 자본조달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언급을 계기로 메가뱅크를 포함한 은행권 시장 재편 전략에서 '효율성'이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덩치만 키우는 것은 누가 못하겠느냐"며 "금융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으로 메가뱅크다, 몇 등이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얼마나 효율성있고 경쟁력있는 조직인지를 가지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또는 사석에서 금융지주간 합병, 세계 30위권 금융그룹 도약 등을 내세웠던 다른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들의 관점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초대형은행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은행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덩치만 키워서는 곤란하고 업무 효율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2만5천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중국 공상은행 등 글로벌 대형금융회사와 비교할 때 국내금융회사 몇 곳이 합병한다고 해서 규모 면에서 메가뱅크라고 할 수 없다"며 "메가뱅크는 단순한 규모의 확대만을 의미하거나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만 민영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산업은행 등과 합쳐 민영화하는 방안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등을 묶어 덩치만 키우는 시나리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메가뱅크라 불리는 대형은행이 등장하면 엄청난 규제를 받게 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은행권 합종연횡 논의에서 효율을 앞세우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효율성도 `시각차'

김석동 위원장은 "메가뱅크라는 말을 누가 지어냈느냐.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금융산업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은행간 인수합병(M&A)이 금융산업의 효율 측면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지만 효율성과 관련해서도 금융권 안팎의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카드 총자산이 20조원 정도이고, 은행이 230조원 정도이지만, 이익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효율성의 근거로 내세웠다. 최고경영자 처지에서 당연히 이익 극대화를 효율과 연계한 것이다.

어윤대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의 서비스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삼성, LG 등 제조업은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이들에 금융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금융회사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홍수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형화하면서 수익에만 매달리는 '금융을 위한 금융' 성격이 짙었다"며 "효율성은 금융기관의 수익보다는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 본연의 측면에서 강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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