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직원 사무실 잠입 의혹...시공사 선정까지 잡음 예고

한남2구역 조합 상근이사가 카카오톡 공식 단톡방에 공지한 내용 캡쳐본. <사진=롯데건설>
한남2구역 조합 상근이사가 카카오톡 공식 단톡방에 공지한 내용 캡쳐본. <사진=롯데건설>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하반기 최대 알짜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유치를 둘러싸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다. 시공자 선정일을 앞두고 진행된 부재자 투표에서 양사의 갈등이 고조되며 투표가 중단되고 사실관계 확인이 이어지는 등 잡음이 들리고 있다.

3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남2구역 조합의 부재자 투표장에 경찰이 출동하며 1시간가량 투표가 중단됐다. 롯데건설에서 대우건설 직원이 조합 사무실에 잠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투표는 오전 9시부터 진행 예정이었으며 30분 전부터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양사 직원 각 1명씩 배석했으나 사전 투표가 진행되던 중 신원 확인이 안된 대우건설 협력업체 직원이 조합원 명부가 있는 컴퓨터에서 조합원 6명이 투표를 할 때까지 전산 작업을 하다 조합에 발각된 것이다.

해당 공간에서는 절대 시공사 직원이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조합 컴퓨터 및 투표용지에 접근할 수 없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경찰 출동 후 진술을 통해 이 직원이 조합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조합 컴퓨터에 접근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직원과 대우건설 담당자도 대우건설 측 직원임을 인정했으며 컴퓨터 작업을 한 사실이 있음을 자백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해명자료를 통해 롯데건설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우건설은 “부재자 투표가 진행되는 조합 사무실의 비좁은 도로상황을 고려해 주차안내를 해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잠시라도 부축해 드리기 위해 1일 아르바이트 직원을 준비했다”며 “아르바이트 직원은 오전 8시까지 현장으로 출근했으나 그를 조합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착각한 조합직원이 컴퓨터로 주변 정리와 단순 업무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경찰이 출동 후 조사는 완료했고 경찰 조사에 응해 해당 사건은 서로간의 오해가 있어 발생한 해프닝으로 종결되었으며 잠시 중단되었던 부재자 투표는 정상적으로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롯데건설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부재자 투표장에 대우건설 직원이 잠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단순 해프닝을 과장해 허위 사실을 유포 및 흑색 선전으로 일관하는 롯데 측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대우건설 측이 해명을 3차례 번복했으며 참관인과 협력업체 직원, 대우건설 담당 PM의 진술이 모두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대우건설 협력업체 직원임을 제일 먼저 인지한 총회관련 조합 협력업체 실장의 진술에 따르면 “아침에 투표함 봉인 작업이 끝났는데 남자 한 분이 앉아 있었다. 당시 시간은 8시 45분경 우리 서영(총회관련 조합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 아니고 그동안 조합 사무실에서 함께하던 직원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라 의아해서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접수하고 전산하고 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해당 사건에 연루된 대우건설 직원들을 용산경찰서에 건설산업기본법, 입찰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했으며 조합 내부 CCTV 및 당시 목격한 참고인들의 진술을 통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착공은 2025년 1월로 예정돼있다.

업계는 해당 사업지가 총 공사비가 약 1조원에 달해 규모 자체가 크고 일반분양 비율이 45%에 달해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양사가 자사의 브랜드 강화를 위해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사흘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심화 되는 가운데 조합은 오는 5일 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수익성 개선과 전통 부촌으로 불리던 한남뉴타운 개발 속도에 맞춰 사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사업지 확보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너무 과한 신경전으로 이어져 업계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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