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DGB생명, 금융당국 권고치 하회
“내년 K-ICS 도입 시 재무건전성 개선”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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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금리 상승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3분기 RBC(지급여력) 비율이 또다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생명, 푸르덴셜생명, NH농협생명, DGB생명 등은 RBC비율이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NH농협생명으로 3분기 RBC 비율은 전 분기보다 77.3%p 하락한 107.3%, DGB생명은 52.7%p 하락한 113.1%로 나타났다. 한화생명과 푸르덴셜생명도 RBC비율이 전 분기보다 각각 10.6%p, 13.8%p 떨어졌다.

RBC비율은 부채(요구자본) 대비 자산(가용자본) 비율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통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의 RBC가 급격히 떨어진 건 최근 금리상승으로 채권 값이 떨어지면서 가용자본이 줄어든 영향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작년 말 2.26%에서 9월말 4.08%로 최근 10년래 최고 수준까지 급등했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10bp 오르면 RBC 비율이 1~5%p 하락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매도가능채권을 다수 보유한 보험사는 타격이 크다. 채권은 회계상 분류할 때 만기보유와 매도가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만기보유의 경우 만기까지 보유하겠다는 의미기 때문에 현 시가를 반영하지 않지만 매도가능은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의미로 시가를 반영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금리상승기에 매도가능채권을 보유할 경우 손실이 날 수 있다. 

실제 NH농협생명의 경우 2020년 9월 32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NH농협생명의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은 현재 5조 5,062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NH농협생명의 자본금 및 잉여금 등이 5조 24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계장부상 자본잠식이다.

DGB생명도 3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895억원이었던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손실이 3분기 4,230억원까지 확대됐다. 또한 DGB생명은 3분기 당기순손실이 64억원으로 적자까지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통해 RBC 비율을 개선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금리 급등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발행 여건이 악화된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어 3억달러(약 4,11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 발행 결정을 각각 취소했다.

앞서 채권 발행에 나선 ABL생명과 코리안리 등 일부 보험사는 당초 계획보다 발행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ABL생명의 경우 지난 9월 말 최대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발행액은 절반 수준인 630억원에 그쳤다. 코리안리는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발행 예정 규모를 당초 생각했던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 발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도입되면 회계상 건전성 이슈가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자본확충을 실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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