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산업부 기자
하지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째 법적 공방을 이어오던 망 사용료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구글이 국회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참전하자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가 공동 전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법은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하는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망을 사용하고도 대가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인터넷 전송량 1,2위는 구글 27.1%과 넷플릭스 7.2%로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34%가 넘는다.

글로벌 CP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활용,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구글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입법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유튜브 '아시안 보스', '대도서관TV', '고누리' 등 구독자 100만 명 이상 채널은 망 사용료를 비판한 영상을 송출했다. 구글이 후원해 온 사단법인 오픈넷의 '망중립성 수호 서명' 캠페인도 26만 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트위치는 비용이 부담된다며 최근 국내 서비스 동영상 최대 화질을 720p로 저하시켰다.

소비자들은 통신사들에게 이용자 불편으로 이어지는 망 사용료를 왜 고집하냐고 분노한다. 부정적인 여론에 당초 우호적이었던 정치권도 법안 추진을 망설이고 있다.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글로벌 CP들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물론 이용자들 입장에서의 불만은 타당하다. 다만 망 무임승차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법안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망 사용료법은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국내 CP들의 성장을 저해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 및 디즈니플러스, 애플 등 일부 글로벌 CP들과의 역차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법이다. 구글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메타 등은 자사 크리에이터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구글의 여론전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구글의 여론몰이가 통한다면 한국에서 불리한 법이 추진될 때마다 여론전을 펼치는 행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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