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채권 부도에 투자시장 급랭, 시공단 자체 자금 투입 임박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공사재개를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공사재개를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6개월 만에 정상화된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에 실패, 또다시 위기설에 휩싸였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국내 대형 건설사가 보증하는 사업장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업계 따르면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28일 만기 도래하는 둔촌주공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ABSTB 7000억원에 1250억원을 더한 총 82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으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7000억원 규모의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후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보증을 받아 ABSTB(만기 66일)를 발행해 대출을 상환했다.

이때 발행한 ABSTB 만기가 임박하자 ABCP 차환 발행에 나선 건데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둔촌주공 시공단은 조합이 단기채 만기일까지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자체 자금을 추가 투자할 에정이다. 건설사별 보증액은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은 “대출 만기일인 28일까지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시도해본 뒤 여건이 되지 않으면 시공단이 사업비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PF 자금 모집 실패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시장에 불어 닥친 레고랜드발(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강남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재건축사업지로 수익성이 보장됐다'는 평가를 받은 둔촌주공 현장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급등하며 신용을 담보로 하는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둔촌주공 자금 조달 실패 여파가 재건축 재개발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둔촌주공 재개발처럼 대형 건설사 참여 현장으로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금 동원력을 갖춘 둔춘주공 시공단이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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