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시간 장애 피해 속출
먹통 이후 전국민 일상 ‘마비’
올해만 3차례 서비스 차질 발생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카카오와 네이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SK 계열사들의 데이터가 보관돼 있었다. 화재는 오후 3시 19분경 발생했고 22분에 서비스 전원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 전국민 카카오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국민 메신저‘라는 막강한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설비 투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카카오프렌즈 '라이언'과 '춘식' <사진=카카오>
카카오프렌즈 '라이언'과 '춘식' <사진=카카오>

역대 최장 시간 장애, 피해자 불만 속출

서비스 장애는 카카오가 메인 데이터센터로 이용하고 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전력 공급을 차단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고로 3만 2000개에 달하는 전체 서버가 다운됐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빈번한 서비스 장애를 빚어왔다. 2018년부터 총 19건, 올해만 이번 장애를 제외하고 5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톡 12년 역사상 최장 장애로 기록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 쇼핑, 결제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고 택시, 버스, 지하철, 지도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 메신저 중단으로 소통이 막힌 것을 넘어서, 택시호출 서비스, 송금 서비스까지 멈춰섰다. 카카오페이 등 결제시스템도 먹통이 되면서 손해를 본 사례도 속출했다. 카카오로 일상생활을 누리던 대한민국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던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 등 카카오가 입은 사업 피해 규모는 2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카카오에선 아직 피해 신고 접수 채널을 마련 중이나 소상공인연합회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하루 만에 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 고객들에 대한 피해 보상 방식이나 범위, 규모는 예측하기 힘들다. 카카오 유료 및 무료 서비스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톡채널, 카카오페이 등에 연결된 사업자의 판매액 보상까지 이어진다면 그 범위를 산정하기 어렵다. 보상금 산정까지는 수개월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인해 카카오가 서비스 복구 작업과 동시에 관련 보상에 대해 논의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라인, 텔레그램 등 대안 메신저앱을 택하는 등 탈(脫)카카오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2023년 완공될 예정인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카카오>
2023년 완공될 예정인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카카오>

데이터 설비 투자 및 부실 관리 논란 불거져

카카오는 화재 발생 이후 다음날인 오후까지 일부 서비스만 복구했을 뿐 장애가 여전했다. 반면 네이버와 SK 계열사들의 서비스에는 거의 오류가 없었다. 네이버는 검색, 뉴스, 쇼핑 등 일부 서비스에서 오류가 나타났지만 수시간 내로 복구됐다.

카카오 서비스 복구 지연에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데이터 이원화를 하고 있었다. 데이터 이원화란 데이터를 떨어진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파일이나 전원 공급장치도 이중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판교데이터센터가 메인이었고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메인으로 쓰면서 전국 각지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해놓고 있었다.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차이가 난다. 최근 3년간의 설비투자 총액은 네이버는 1조 8609억원인 반면 카카오는 728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별로도 네이버는 1000억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었지만 카카오는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을 보면 네이버가 6조 8176억원, 카카오는 6조 13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비슷한 규모임에도 각종 시설에 대한 투자액은 차이가 큰 셈이다.

남궁훈(왼쪽)과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남궁훈(왼쪽)과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비스 피해접수 시작 및 보상정책 검토

카카오는 이번 사안과 관련, 홍은택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인 조사 소위원회, 재난 대책 소위원회, 보상 대책 소위원회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원인 조사 소위원회는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 및 전원 공급 지연, 복구 과정 등 정확한 사실을 규명한다. 재난 대책 소위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시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상 대책 소위는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들, 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한다.

카카오는 유료서비스 이용약관으로 '정전, 정보통신설비의 장애 또는 고장, 이용량 폭주나 통신 두절 등으로 정상적인 제공에 지장이 있는 경우'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으며 유료서비스의 형태에 따라 보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안을 발표했다. 웹 결제로 구독 ㅁ중인 이용자에게는 구독기간을 3일 연장하고, 카카오에서 결제일 변경이 어려운 애플과 구글 인앱 결제로 구독 중인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72시간에 해당하는 환불적립금을 지급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이용권을 보유한 고객에게 보상으로 사용기간 3일 연장 하거나 멜론 캐시 1500원을 지급완료 했다.

카카오웹툰도 서비스 장애 시간 동안 대여 중이었거나 대여 시간이 만료된 콘텐츠 회차에 대해 대여시간 72시간 연장하고, 장애 시간 안에 사용 시간이 만료된 이벤트 캐시를 순차적으로 재지급 할 예정이다.

정상화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카카오페이지는 서비스 장애 기간 내, 카카오페이지는 대여중인 회차 및 만료된 회차의 열람 기한을 96시간 연장하고, 서비스 장애 기간 동안 만료된 캐시는 순차적으로 재지급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17일 공시를 통해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논의를 SK㈜ C&C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자사 고객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준 후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먹통 사태를 두고 SK와 카카오의 책임 공방이 불거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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