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일본 서버 간 서비스 차별 문제 대두
집단 소송 예고, 정치권까지 주목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공식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공식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의 논란이 게임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6월 20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해당 게임은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으로 독창적인 콘셉트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전개, 자유로운 육성 시스템 등으로 호평받으며 서비스 개시와 함께 구글과 애플 양대 앱 마켓 1위를 석권했다. 

그러나 최근 우마무스메는 국내 유저들로부터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 간 차별 대우, 운영사항 고지 불성실 등을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카카오게임즈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유저 간담회까지 진행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으나, 피해 보상안에 불만을 제기한 일부 유저들이 집단 소송까지 예고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평점 테러에서 집단 소송까지 장기전으로 돌입한 우마무스메 사태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갈등의 시작...운영 차별 문제 불거져

우마무스메 갈등은 국내 유저들이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 간 서비스 차별 대우를 거론하며 시작됐다.

국내 유저들은 일본 서버보다 적은 게임 내 재화 지급량과 중요 이벤트 업데이트 공지 지연, 리세마라(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셋하는 행위) 작업 차단 의혹과 함께 오역·오타 방치를 포함한 카카오게임즈의 소통 부재, 운영 미숙 등을 지적했다. 

특히 국내 유저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보상 규모다.

일본 서버는 출시 후 두달 간 게임 내 재화인 쥬얼 1만7850개를 유저에게 지급했으나, 한국 서버의 경우 두달 동안 1만3350개만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쥬얼은 우마무스메 캐릭터와 서포트 카드로 교환할 수 있는 게임 내 중요 재화다. 

국내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미흡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유저 간 실시간 토너먼트 대결인 ‘챔피언스 미팅’ 이벤트를 불과 개최 3일 전에 공지한 게 대표적이다. NPC 없이 유저 들 간 대결을 펼치는 최대 PvP 콘텐츠인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략 구상이 중요한데 일본 서버는 약 3주 전부터 관련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온 반면, 국내에서는 뒤늦게 내용이 공지됐기 때문에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저들의 의견이다. 

카카오게임즈에서 높은 성능을 가진 '키타산 블랙 SSR'을 뽑거나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는 ‘키타산 블랙 픽업’ 이벤트의 종료 3시간 전 갑작스런 서버 점검에 나섰다는 점 또한 유저들이 불만을 제기한 부분이다. 

특정 캐릭터의 뽑기 확률이 높아지는 픽업 이벤트 기간이 일본 서버에 비해 짧았던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특정 캐릭터인 카렌짱과 나리타 타이신 픽업 이벤트는 일본 서버에 비해 2~3일 가량 짧은 것으로 알려지며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키웠다. 

카카오게임즈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
카카오게임즈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

평점 테러에 마차·트럭 시위까지 발발

유저들의 분노는 지난달 주요 업데이트인 '564 캠페인'에 대한 공지와 함께 재화 지급 및 점검 시간 관련 안내문을 통해 폭발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식 카페에 불만 댓글을 남기던 유저들은 평점시위로 분노를 표출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평점이 하루 만에 4점대에서 1.1점까지 하락했다. 평점 악화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늦장 대응과 더불어 자세한 시정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국내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판교 마차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차 시위에는 유저 200명이 참여했고 30분만에 약 950만원이 모금됐다. 

마차 시위는 지난달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판교역 일대에서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메세지 전달 형식으로 진행됐다. 

마차 시위 이후로도 카카오게임즈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국내 유저들은 지난달 31일 판교역 인근에서 1차 트럭 시위를 진행했고, 지난 1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2차 트럭 시위를 연이어 실시했다.

유저들은 '게임이용자 자율협의체'까지 결성, 카카오게임즈 측에 간담회 참석을 요구하고 그간 게임에 결제한 금액을 환불해 달라는 요구도 사측에 전달했다. 

결국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3일 공식 카페를 통해 “국내 서비스에 대한 미흡한 운영으로 고객님들께 많은 불편함과 큰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라며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유저 대표 측과 운영진은 몇 번의 조율 끝에 양측이 동의할 때까지 끝장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사측의 공식 사과 이후로도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유저들은 간담회 구성 당시 사이게임즈 관계자 불참과 간담회 과정 생중계 불가 등을 전해온 카카오게임즈에게 반발, 간담회를 앞둔 지난 13일 판교 일대에서 2차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자율협의체 측에 메일을 보내 “사이게임즈 측으로부터 간담회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별도의 서한을 보내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이용자들의 반발을 산 ‘간담회 영상 송출 불가’ 방침도 철회했으나 갈등 봉합은 되지 않았다. 

17일 진행된 우마무스메 운영진(왼쪽)과 이용자 대표 간담회.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채널 캡처>
17일 진행된 우마무스메 운영진(왼쪽)과 이용자 대표 간담회.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채널 캡처>

보상·환불 입장차에 소송전 불사

지난 17일 카카오게임즈 본사에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사업본부장, 운영실장 등 카카오게임즈 운영진 5명과 이용자 대표 7명과 변호사 1명 등이 참석했다. 개발사인 사이게임즈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이시우 본부장은 이번 논란의 방지책으로 월 1회 로드맵 공개와 대표 직속 태스크포스(TF)신설, 공지 방식 변경 검토 등을 약속했다. 사이게임즈와의 소통과정에서 유저에게 주요 공지가 지연된 것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 카카오게임즈에서 즉시 답변이 가능한 업무는 사이게임즈에 '선조치 후보고'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키타산 블랙 픽업 이벤트 관련 보상과 환불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측간 입장 차가 발생했다.

해당 사항에 카카오게임즈 측이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지 않는다”고 책임을 부인하자, 유저 측에선 환불이나 리콜을 원하는 유저를 모아 소송에 나설 뜻을 전했다. 그리고 현재 유저 대표는 변호사 선임을 마치고, 소송 참여자를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갈등이 마무리될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 받던 간담회가 새로운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법원까지 갈 경우 장기화 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우려 중이다. 

최근에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관련 법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며,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까지 넘어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딘 출시로 큰 성공을 거둔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까지 연속 히트 시키며 업계 내 위상을 크게 올렸다"며 "성공의 발판이 될 줄 알았던 우마무스메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 내몰린 건 다른 무엇보다 카카오게임즈의 미숙한 대처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어 "유저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잃은 건 한 순간이다"며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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