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콜린알포세레이트 약값 지원 축소
연매출 5천억대 의약품…제약업계 ‘직격타’
제약사 수십곳 소송 제기…2차 소송은 패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뇌 혈관·대사 개선제로 쓰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비율을 두고 제약사 30여곳과 정부가 벌이는 행정소송의 1심 판결이 11월에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12부는 대웅바이오 등 38개 제약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 개정고시 취소소송의 판결을 11월 10일 내릴 예정이다.

이 소송에 참여한 주요 제약사는 대웅바이오 외에도 대원제약, 삼진제약, 한미약품, JW중외제약, 일동제약, 환인제약, CMG제약 등이 있다.

이 소송은 보건복지부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약값의 환자 본인 부담률을 높이자 제약사들이 이에 반발해 시작됐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8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치매 환자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받을 경우에만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기존처럼 30%로 유지하고 그 외에는 80%로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복지부는 “치매는 임상적 근거가 있어 급여를 유지하고 이 외 질환은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 혈관·대사 개선제인 글리아티린의 주성분이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1989년 개발했다. 국내에는 동화약품이 글리아티린 연질캡슐로 판매허가를 받아 1995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0년 대웅제약이, 2016년에는 종근당이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판권을 각각 넘겨받아 판매 중이다.

감정·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비교적 흔한 질병에도 건강보험 지원돼 국내에서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일부에서는 뇌 건강을 위한 영양제로 인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지난 2018년 치료제 성분별 건강보험 청구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약 3000만건이 처방됐고 청구금액은 무려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처방 실적은 50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효능이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주요 선진국 중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인정한 나라가 소수라는 게 쟁점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제약강국(A8)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 캐나다 중 개발국인 이탈리아에서만 전문의약품으로 등재돼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지능력 개선 효과가 없다는 식품의약국(FDA)의 평가도 나왔다.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이 성분이 인지능력 개선 효과가 있다며 광고한 업체들에게 FDA가 지난 2019년 2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환자들을 호도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내린 것이다.

또 복지부의 조사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관련 연구 7편 중 6편이 알츠하이머 치매만을 대상으로 하는 논문으로 파악됐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은 치매 치료에 효과적인 약품이 없는 상황이라 의사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영양제처럼 관행적으로 처방해왔다며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공익감사 청구 당시 “복지부는 2011년부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유용성이 적다는 사실을 알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심평원이 근거로 내미는 자료들은 임상시험의 기본 원칙조차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효과를 증명하는 자료도 아니다”라며 “바로 이런 약을 127개 회사에서 이름만 달리해 238개 제품으로 찍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남인순 의원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같이 효과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감정·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축소했다.

2019년 기준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받은 치매 환자는 17%에 불과했다. 나머지 83%의 환자는 약값 부담이 종전 보다 2.7배 증가한다는 얘기다.

매출 감소 위기에 몰린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 소송 이외에도 종근당과 제일약품,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명문제약, 신풍제약, 서울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이 제기한 별도의 소송도 있다.

이 소송은 1심에서 복지부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6부는 지난 7월 27일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제시한) 신경학 교과서에 콜린알포세레이트와 같은 유형의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다고 기재돼 있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관련 질환이 아닌 경우까지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뇌졸중·신경외과학·신경정신의학 등에 대한 국내외 교과서와 SCI·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문헌을 검토한 결과 치매가 아닌 나머지 경우에 임상적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8대 제약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 캐나다 중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소송은 제약사들이 항소했으며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에 배당된 상태다. 아직 첫 변론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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