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나라가 온통 세월호 침몰과 함께 와류(渦流)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있을 무렵, 세계경제의 지형이 바뀌는 조짐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근년에 들어 전문가들에 의해 운위되던 세계경제규모 1위나라가 바뀌는 날이 곧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꿰차고 있던 1위 자리가 머잖아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예상이 아니라 이미 카운트다운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런 전망을 잘하는 세계은행에 따르면 구매력기준으로 계산해 본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구매력기준 국내총생산(각국이 일정기간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 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한 값)은 각국의 통화단위로 산출한 GDP를 달러로 환산해서 비교한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물가수준을 함께 비교한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이런 계산방식이 경제상황을 가장 과학적으로 측량하는 수단이라는 새 학설에 따른 것이다.

달러기준으로 미국은 GDP면에서 역시 세계 1위이다. 그러나 새로운 계산방식으로는 1872년 이후 142년 만에 챔피언 벨트를 잃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대한 주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 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중국경제는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구에 세계최강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짐작이 결국 현실로 닥아 온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대국 중국이 부럽다거나 배가아파 하는 말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중국도 이제쯤이면 종이호랑이 신세를 면할 때도 되었다. 그동안 소위 열강에 의해 얼마나 많은 조롱거리가 되었던가를 생각하면 중국의 부상은 역사적 정의(正義)가 아닌가 여겨진다는 평가에 수긍이 간다.

문제는 경제부상과 함께 군사적 힘자랑을 한다는 데에 있다. 그 점이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일본과 작은 섬을 두고 영토시비를 하던 중국이 이제는 원수처럼 지내던 러시아와 동맹수준으로 손을 잡고  세계를 향해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결속을 다지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경계한지 오래다. 그 점을 비웃기라도 하듯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일에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 중국이다.

지난 20일 상하이에서 중-러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을 갖고 25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일찍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제창한 '실크로드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경제권 구축뿐이 아니다. 이 안에는 아시아지역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새로운 역내 안보체제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러시아를 업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행사하겠다는 선포인 셈이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자국의 위용을 과시하겠다는 속셈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의욕(?)을 과시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나라만이 내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4개국이 두 패로 갈려 힘을 뽐내는 틈새에는 엄연히 대한민국이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우리나라는 그들이 눈여겨 볼만도 한데, 어디 한 군데에도 우리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흡사 무시한 게 아닌가하는 소외감도 없지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개중에는 근자의 우리 처지가 외세에 의한 혼란기였던 대한제국 무렵과 비슷하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천명한 이후 벌어진 변화이다. 3년 이상 침체에 빠져있던 경제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던 무렵, 통일대박론은 기지개를 켜는 경제전반에 힘을 불어넣는 영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연이어 빚어진 내홍으로 경제는 또다시 냉골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21일 발표된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보다 4단계나 주저앉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칫 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세계인으로 부터조롱을 듣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되었다. 내홍을 치유하기에도 벅찬 즈음에 나라밖에서는 또 다른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어디인가를 분명하게 주지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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