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3년1개월, 전세 2년11개월 만에 내림세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민간통계에서도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증가한 업황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15일 조사 기준)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의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0.14% 떨어졌다. 민간 시세 조사기관인 KB시세로 전국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7월(-0.01%)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로는 전국 집값이 이미 지난 6월(-0.01%) 하락 전환했다. 전국 전셋값도 이미 지난 2월 하락 전환된 뒤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KB시세로 서울 집값은 0.07% 하락해 2019년 2월(-0.08%) 이후 3년 6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은 각각 0.02%, 0.08% 소폭 상승한 데 비해, 아파트는 0.15% 하락으로 2019년 6월(-0.08%) 이후 3년 2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경기와 인천의 집값도 각각 0.18%, 0.24% 떨어져 지난달 하락 폭인 0.04%, 0.11%보다 확대되면서 수도권의 집값 또한 같은 기간 낙폭이 0.01%에서 0.15%로 대폭 커졌다.
5개 광역시(대전·대구·울산·부산·광주)의 집값도 이달 0.25% 하락해 지난달의 하락 폭인 0.08%보다 낙폭이 커졌다. 기타지방(세종시와 8개도)의 집값은 이달 0.02% 상승했으나 지난달의 오름폭(0.13%)보다는 축소됐다.
이달 전국의 주택 전셋값도 지난달 0.04% 상승에서 이달 0.09% 하락으로 전환됐다.
KB 시세로 전국 주택 전셋값이 하락 전환된 것은 2019년 9월(-0.01%) 이후 2년 11개월 만이다. 부동산원 시세로도 전국 전셋값은 이미 지난 2월 하락 전환된 뒤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0.06%→-0.08%)과 경기(0.04%→-0.12%)도 주택 전셋값이 하락 전환됐고, 인천(-0.16%→-0.17%)은 낙폭을 소폭 키우면서 수도권의 주택 전셋값(0.02%→-0.11%)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5대 광역시는 0.12% 하락에서 0.19% 하락으로 내림 폭이 더욱 커졌고, 기타지방의 주택 전셋값 상승 폭은 0.25%에서 0.08%로 대폭 축소됐다.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달 74에서 이달 73으로 하락했다.
KB부동산 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 집값의 상승·하락 전망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이다. 100을 초과할수록 그만큼 상승 전망이 높고, 반대로 100 미만이면 하락 전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도별로 지난달 대비 이달에 지수가 상승한 곳은 대구(63→64)와 세종(61→70), 충남(84→85) 등 세 곳이었다. 전국 전셋값 전망지수는 지난달 86에서 이달 81로 하락했다. 전세 전망지수는 세종만 이 기간 74에서 86으로 상승했다.
이번 하락세의 원인으로는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 적용된 각종 부동산 규제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 시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이자 부담이 커져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전국적으로 거래 절벽에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중”이라며 “특히, 수도권 내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수요는 넘치지만 부동산 정책 변화와 자금 부담의 영향으로 현재 수도권 아파트값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