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우리·신한서만 4조원 이상 거래 파악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간 조사 결과 두 은행의 이상 송금 거래 규모가 기존 추정치를 훨씬 뛰어넘는데다가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사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최근 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상 해외송금 관련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파악된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잠정적으로 총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2조5,000억원(20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거액 해외송금에 관련된 업체 수도 최초 은행 보고로 알려진 8곳에서 22곳(중복 제외)으로 증가했다.

수상한 해외 송금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는 지난달 23일 우리은행이 내부감사를 통해 서울의 한 지점에서 최근 1년간 8,000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외환거래가 일어난 사실을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이튿날부터 해당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후 신한은행으로부터도 2개 지점에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비정상 해외송금 거래 현황을 보고 받고 해당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도 진행했다.

금감원의 조사결과 양사에서 당초 보고된 규모 이상의 외환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5월 3일부터 올해 6월 9일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2021년 2월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총 2조5,000억원(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문제는 다른 시중은행에도 유사한 일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에도 자체 조사를 요구했으며 29일까지 결과를 제출하라고 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상 해외송금이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돼 있다면 다른 은행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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