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자산운용사 저마다 방식으로 리스크관리에 열심
전문가들...시장 전망 어두워 지속적인 관리 필요해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미국의 강경한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금융투자업계가 때아닌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투자업계 최고 경영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꼼꼼한 리스크관리를 강하게 주문했고 이는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지고 있다.

경영의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찾아올 봄을 준비하는 리스크관리는 이제 경영의 한 부분이 아니라 하반기를 이어 지속적으로 금융투자업계 경영에 있어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지난 6월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진이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진이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의 직면한 과제 ‘리스크 관리’

지난 6월 28일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투자권역 최고 경영진이 함께한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원장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증권사 9개사(미래에셋·한국·삼성·KB·키움·신영·이베스트·SK·JP모간), 운용사 7개사(신한·한화·우리·다올·마스턴·DS·이스트스프링) 최고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검사 출신의 금감원장이 주최한 첫 금융투자권역 간담회에 어떤 주제가 오갈지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됐다. 긴장감 속에 생각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 날의 화두는 증권투자업계의 리스크관리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는 단기시장성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는 조달과 운용간 미스매칭으로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될 때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유동성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상승으로 인한 보유채권 손실에 대비해 채권 포지션 및 듀레이션(Duration, 채권의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만기) 관리 등 건전성도 선제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을 이어간 이 원장은 "PF 대출채권 등 부동산 자산 부실화,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 간 상호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동산 유동화증권 차환 실패는 금융시장 내 리스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개별 회사에 맞는 시장 충격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관리 감독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같은 신임 금감원장의 당부는 실제 금융당국의 움직임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증권회사 일일 특이 동향 및 해외 대체 투자 일일 동향 보고'라는 공문을 통해 국내 증권사 모두에 위험 요인 발생 여부를 매일 확인해 보고하도록 통지했다. 증권사들이 금감원에 매일 보고할 특이 동향에는 전산 사고는 물론 거액 부실 자산이나 채무 불이행 발생까지 포함됐으며 파생상품과 관련된 증거금 추가 납부 요청(마진콜), 주식·채권 발행 이후 미매각 물량 발생 여부 등도 있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해외 자산 매각이나 회수, 신규 투자도 일일 보고에 올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업계 전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고 8일 밝히기도 했다.

이제 리스크관리는 증권투자업계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우등생들의 리스크관리 전략

1분기 증권업계에선 어닝쇼크가 이어졌다. 미국의 강경한 금리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 그리고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주식시장은 하락은 이어갔고 소위 동학개미라 불리우는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장에서도 우등생은 있었다. 메리츠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그렇다.

이들 ‘우등생’ 증권사는 IB 부분에서의 실적을 기반으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 PF로 촉발된 우발채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에 대해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우등생 메리츠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우등생다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1분기 메리츠증권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3,769억원, 3,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4%, 32.0% 늘었다. 이들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이다.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도 5조 3,9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40억원 증가해 연결기준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0%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3%포인트가 개선됐다.

이 같은 깜짝 실적은 부동산 PF에서의 성과 영향이 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 중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은 10%를 하회하며 낮은 수준이다. 반면 IB 및 금융부문의 비중은 80%에 육박하며 IB부문 손익은 대부분 부동산PF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부동산 PF사업우발부채가 늘어나 시장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리스크관리에 있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재 메리츠증권은 선순위 부동산 PF 대출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담보인정비율(LTV)도 평균 45% 수준으로 만약의 상황에서 그 가치가 절반까지 떨어지더라도 선순위 대출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리스크관리팀 및 심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각계 최고 역량의 실무진이 딜소싱(deal sourcing)등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행 이후 사후 과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셀다운 등을 통해 2019년 말 기준 8조 5,328억이던 채무보증 규모는 2021년 4분기 말 기준 4조 9,358억원으로 약 3.6조원 감축하며 우발채무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재무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 역시 2019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도 수익성이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1분기 실적에 대해 리스크관리 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IB 경쟁력 등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를 받았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675억원, 당기순이익 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6%, 14.5% 증가했다. 이 중 IB부문의 경우 2016년부터 부동산 금융, 대체투자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분석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했고, 투자 부동산 수시 모니터링을 통해 회수 안정성도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우발채무의 경우 면밀한 부동산 시장 모니터링을 통하여 유의미한 부동산 경기 하락이라고 판단 시 심사기준 강화 및 취급제 한을 고려하고 있으며 또한 자본확충 및 보완 자본 확대를 통한 우발채무 한도 관리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ESG평가모형 모식도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ESG평가모형 모식도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새로운 시대의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기존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투자에 있어 새로운 평가 기준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4일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ESG 핵심의제를 주식, 채권 등 운용에 반영하기 위해 운용사에 특화된 ‘ESG 평가모형’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ESG 평가모형 개발을 통해 책임 투자 원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발된 ESG 평가모형은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E(환경·Environment), S(사회·Social), G(지배구조·Governance) 분류의 종합평가 방식보다 세분화된 평가방식이 적용된 모형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요한 7개 핵심 의제(Agenda) 아래 20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했으며, 최종 80여개 지표(Indicator)로 평가가 이뤄진다.

7개 핵심 의제로는 기후변화·자연자본·친환경성장·공급망 관리·인적자본·신뢰자본·지배구조로 구분하며, 20개 카테고리에는 거버넌스, 기후변화 완화, 기부변화 적응, 공정거래, 노동환경, 안전보건, 반부패, 투명성, 내부통제와 감사 등이 담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핵심 의제에 따라 분석이 필요한 주제를 명확히 해 리스크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투자가치 등을 보다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특정 테마 또는 전략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이 가능해 각각의 펀드 전략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부 평가기관의 데이터까지 반영해 전문 평가기관보다 많은 데이터를 활용,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확보했으며 ESG 통합 전략을 수립해 국내 운용사들 가운데 선도적으로 ESG전략을 투자원칙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본부장은 “자체 ESG 평가모형을 개발해 외부 ESG 평가사 등급에 의존한 투자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의 투자철학과 운용 스타일을 ESG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주식운용 부문에 이어 타 부문에서도 활용 가능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어려워지는 투자환경 꾸준한 리스크관리 필요

이 같은 금융투자업계의 리스크관리는 현재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기업 운영에 있어서의 핵심 화두가 되고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어려운 투자환경에 따른 실적에 대한 우려와 함께 꾸준한 리스크관리를 주문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부동산 익스포져가 많은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다만 단기간에 대규모 손실이 반영될 만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1분기 어닝미스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증권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새"라며 "부동산개발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수익이 지속적으로 반영돼 IB수익은 그나마 양호했지만 조달 비용 증가에 따라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글로벌 차원의 금융긴축 기조 강화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정체 또는 침체국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과 사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PF대출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단기자금 위주의 운용으로 상당한 레버리지와 만기변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PF 사업장별 사업성 분석,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를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대하는 등 사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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