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보험업계 CEO 간담회서 거론
시장 대비 선방한 보험사 주가 하락 우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에 자본확충의 대안으로 유상증자를 제시하면서 보험주 투자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30일 보험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보험회사의 재무건정성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내년 IFRS17 도입에 대비해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위주로 자본확충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방법은 자금조달 후에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로 보험사들의 부담이 발생하는 반면 유상증자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유상증자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당국은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잉여금을 활용한 대책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대응책임을 강조하며 그간 자본성 증권 발행을 활용한 자본확충을 해온 보험사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투자자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현금이나 현물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것으로 특히 운영 자금 마련, 자본 잠식에 대응하는 경우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최근까지도 보험주는 양호한 흐름을 지속해왔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KRX보험지수는 1,303.64로 전달 대비 5.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6% 빠진 것에 비하면 선방한 수치다.

KRX보험지수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코리안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생명·손해보험 시가총액 상위 10개사를 추종한다.

보험사들도 현재 빠르게 유상증자를 실시할 상황은 아니다. 유상증자는 자본성증권 발행보다 더 부담이 큰 작업으로 통한다. 최근 주식시장도 부진하기에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보험사의 경우 유상증자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자본건전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을 지원할 모기업이 없는 보험사의 경우 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과 경영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어 유상증자 결정이 쉽지는 않다”며 “일단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늘리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향후 증자도 고려하는 식의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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