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신약,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합병무효·주식매수가격 소송 제기
매수가격소송서 이겨 3천억 벌어
이달 2일 합병무효소송 취하 신청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일성신약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낸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법원에 낸 주식매수가격 소송에서 최근 승소가 확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의 항소심을 포기하는 서류를 지난 2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소송은 건설·상사사업을 하던 과거 삼성물산과 리조트·외식·패션사업을 하던 제일모직이 지난 2015년 9월 합병하면서 비롯됐다.

옛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3%를 갖고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던 곳이었고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던 핵심 계열사였다.

삼성은 2015년 5월 이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대 0.35였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증권사들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라간 탓이었다.

하지만 옛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하던 일성신약은 이 같은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며 합병무효소송을 냈다. 또 주당 5만7234원인 주식매수가격도 너무 낮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합병무효소송의 1심은 삼성물산의 승리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지난 2017년 10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소송을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합병 비율이 산정됐고 부정거래 행위라는 점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 (합병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합병비율이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산정할 수 없고 설사 다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성신약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만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포괄적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어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식매수가격 소송은 일성신약이 이겼다.

대법원 민사1부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가액 결정 청구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삼성물산의 항고를 지난달 14일 기각했다.

법원은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원은 5만7234원이던 기존 주식매수가격을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6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이어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주가를 하락하게 하는 원인이 됐지만, 이것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643억원을 들여 삼성물산 주식을 산 일성신약에게 약 3000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는 판결이었다. 일성신약은 이 판결이 나온지 보름여 뒤 합병무효소송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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