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영업익·순익 사상 최대
"금리인상 기조에도 채권운용 흑자"
NH 등 브로커리지 수수료·채권수익률↓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현대경제신문>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현대경제신문>

[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올해 1분기 증시 부진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금리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채권운용 부문에서 흑자를 낸 점이 실적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메리츠증권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4% 증가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123.7% 증가한 10조8,235억원, 당기순이익은 33.4% 증가한 2,8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1분기 말 자기자본은 5조3,98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340억원 증가했다. 연결 기준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로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개선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에도 기업금융(IB)·금융수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특히 트레이딩 부문에서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비상장사 투자 수익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두 차례나 오른데 이어 추가 인상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들은 줄줄이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주식 거래대금의 감소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어들었고,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져 증권사들의 채권 수익률도 악화됐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50bp의 장단기 시장금리 상승이 일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증권사들의 채권평가 손실 예상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실질 채권 운용 손익은 증권사의 트레이딩 및 헤지(위험 회피) 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 1분기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 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6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9,607억원으로 0.5% 증가에 그쳤고, 순이익은 1,023억원으로 60.3% 줄었다. 수수료 수익이 작년보다 31.8% 줄었고, 금리 상승 영향에 운용 수익 및 관련 이자수지가 73.6% 감소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정학 이슈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국내외 투자환경 악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1,159억원, 1,5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47.9%. 47.8% 급감했다.

신한금융투자도 1분기 순이익이 1,045억원으로 37.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76억원으로 32.0% 감소했다.

아직 실적 나오지 않은 다른 주요 증권사도 실적 감소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2,11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8.7% 줄어들 전망이다. 키움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37.5% 감소한 1,667억원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2,727억원)와 삼성증권(1,669억원)도 각각 32.1%, 42.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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