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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사건 그 후] 큰손 장영자 어음 사기, 5공 민낯 드러나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금융실명제 도입 단초 제공
김영 기자  |  divazero@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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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27  09: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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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이래 최대 금융사기를 저지른 장영자 이철희 부부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잡고 2년이 지난 1982년 희대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과 인척 관계였던 장영자 이철희 부부가 건국 이래 최대규모 어음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그로 인해 국내 유수 기업들이 줄도산했다. 쿠데타로 집권,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코자 정의사회구현을 줄기차게 외치던 5공화국의 위신 또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 검은돈 근절을 위한 금융실명제 도입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스런 일이었다.

1982년 4월 검찰청에 장영자 이철희 부부 사기 행각에 대한 공영토건의 진정서가 제출됐다. 한 달여가 지난 5월 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장영자 이철희 부부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뒤이어 이들 부부의 충격적인 어음 사기 행각이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영자 이철희 부부는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업체들을 찾아가 저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작게는 2배 많게는 9배에 달하는 약속어음을 받아 챙겼다.

장씨 부부는 기업에서 받은 어음을 할인해 사채시장에 풀어 현금을 마련해 다시 이 돈을 또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약속어음을 받았다.

공영토건의 경우 140여억원을 빌린 대가로 1279억원의 약속어음을 넘겼는데 그렇게 장씨 부부가 챙긴 어음 총액만 7111억원에 이른다. 이중 할인돼 유통된 규모가 6404억원으로 거액의 사채 놀이를 통해 장씨 부부가 챙긴 사기 수익만 1400여억원에 달한다.

장씨 부부가 확보한 어음 7000여억원은 1980년대 대한민국 정부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액수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한다. 또한 당시 강남 18평대 아파트 시세가 700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씨 부부는 얼마 되지 않는 종잣돈으로 강남아파트 10만호를 구입할 수 있는 어음을 챙긴 셈이다.

진짜 문제는 장씨 부부가 할인 유통이 불가한 견질어음을 무분별하게 시중에 유통, 어음 발행 기업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당시 도급 순위 기준 8위 업체였던 공영토건과 포항제철에 이어 업계 2위였던 일신제강(현 KG동부제철) 등이 그 대표적 피해 기업들로 이들 기업 모두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피해 기업이 빌린 돈의 수배에 달하는 어음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 것과 관련해선 장씨 부부가 정권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어필하며 이들을 교묘히 속였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실제 장영자는 기업에게 돈을 대여해주며 “특수자금이니 절대 비밀로 하라”고 밝히는 것은 물론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인 남편의 과거 이력을 자주 들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 보니 태양금속의 경우 자금 지원은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장씨 부부에게 약속어음만 끊어주기도 했다. 

재판 단시 장영자 이철희 부부는 본인들은 순수한 경제활동을 했을 뿐이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들 부부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과 함께 미화 40만 달러, 엔화 800만엔 몰수형, 추징금 1억 6254만 6740원이 선고했다. 

이후 장영자는 세차례 더 사기 사건에 휘말렸고 현재도 복역 중이다. 

   
▲ 빼어난 미모와 화술로 사채시장을 주름 잡았던 장영자

큰손 장영자는 누구?

어음 사기 사건의 주범인 장영자는 1944년생 목포에서 태어나 9살 때 서울로 이사와 성장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그는 숙명여대 재학 시절 메이퀀으로 뽑힐 만큼 미모가 출중했고 화술도 상당히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영자는 가계도가 화려한 걸로도 유명하다. 친언니 장성희가 전두환 대통령 아내인 이순자 여사의 작은아버지 이규광과 결혼했으며, 고종사촌인 차용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아내였다. 또한 장영자의 딸은 배우 김주승과 결혼했고 희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들 역시 배우 차주옥과 혼인한 사이다.

장영자는 대도로 잘 알려진 조세형과도 인연이 있다. 조세형이 훔친 장물 중 1억원을 호가하던 고액의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장영자였다.

   
▲ 장영자의 세번째 남편 이철희의 군인 시절

장영자는 어음 사기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명동 사채시장에서 알려주는 큰손으로 활동했는데, 장씨가 30대 이른 나이에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선 형부 이규광 등 집안사람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는데 대학 시절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세번째 남편이자 사기 사건 공범인 이철희와는 21살 차이가 났다.

이철희 역시 과거가 화려한 인물로 5.16 군사정변 당시 방첩부대장(현 기무사)이던 이씨는 박정희 군부정권이 등장하자 군에서 중앙정보부로 자리를 옮겨 김대중 납치 사건 등 여러 공작 업무를 수행하며 중정 차장까지 지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는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에 오르기도 했다.

전두환 신군부 시절엔 정계 은퇴를 종용받고 아내 장영자와 대화산업이란 회사를 운영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

장영자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은 5공화국 체제 자체를 송두리채 뒤흔들었다. 

우선 장씨 부부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 대통령의 처숙부 이규광에게 징역 1년 6개월 및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공영토건·일신제강 경영진 및 시중 은행장 2명, 전직 기관원 등 정·재계 인사 30여명도 줄줄이 구속됐다.

   
▲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 당시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전두환 이순자 대통령 내외  

무엇보다 유창순 국무총리, 신병현 경제부총리, 이종원 법무부장관, 정치근 검찰총장, 유학성 안기부장, 서정화 내무부장관, 허화평 정무수석, 허삼수 사정수석 등 5공 실세들이 이 사건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 사건 이후 지하 경제의 규모 및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고 이에 김재익 경제수석은 전두환 대통령에게 제2 장영자 부부 사건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금융실명제 실시를 건의, 금융실명제 도입이 중앙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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