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시선으로 본 경제 이야기

유휘량 작가
유휘량 작가

경제는 인간이 하는 활동이면서도 동시의 인간의 계량적 수치가 반영된 분야이다. 그래서 인간의 가치가 흐릿해지면서도 동시에 명확해지는 사회 분야이다. 때론 수치로 인간적 가치가 평가되기도 하고, 반대로 수치로 계산되지 않은 지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도출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치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여주는 투명한 언어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 인간이 흐릿해지고 희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필자도 회사를 다니고 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과평가 등의 수치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다. ‘과연 나의 가치가 이 지점에서 이 숫자로 환산되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그런 이상한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볼까 한다. A라는 인물은 운 좋게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 들어갔으나 학점이 형편이 없다. 취업을 위한 스펙도 없다. 그래서 A는 대학원을 선택했고, 심지어 선택한 전공도 취업과는 무관하다. 간신히 박사를 수료했으나 미처 경제활동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A는 그러고 보면 군대도 가지 못했다. A는 어렸을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그 때문에 군대를 다녀오지 못했다. 단순 계산해보면 A는 사회적 가치가 없는 인물로 보이기 쉽다. 그런 A가 노력 끝에 어느 교육회사에 입사했다. 수많은 수치들, 매출의 압박 속에서 A는 다행히 좋은 인사평가를 받았다. A는 문득, 자신은 사회생활도, 군대도, 잘 못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깨달음과 동시에 이 교육회사가 자신을 뽑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A는 회사 상사와 술자리에서 묻는다. 절 왜 뽑으셨나요.

상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입사 과제에 분량이 너보다 많은 지원자가 없었거든. 수치고 스펙이고, 다 모르겠고. 이 정도 분량을 쓰고 한 걸 보면 간절하겠고, 열심히 하겠구나가 보이더라. 그래서 불렀고, 면접은 정말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네가 보여준 걸 믿고 맡겼지. 잘하더라. 처음에 사회생활이 전무한 너를 부르기에 좀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 네가 한 매출들, 노력들, 다 어쩌면 회사 입장에선 가치가 있는 일들이라고 지금은 생각해. A야. 아무리 돈 버는 일이고,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사람을 수치로 환산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끔 사람이 수치로만 보면 보이지 않는 이익도, 가치도 다 알 수가 없더라.”

가끔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들 보는 한국사 시험이나, 토익 시험도 본적이 없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A는 나의 이야기다. 수치로 보면 나는 경제 활동에 형편없는 인간이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는 시대고, 사람이 있는 사회다. 어떤 사람은 수치로 판단하고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 수치로 보이지 않는 가치들로 인정받아 취업을 했고, 나름의 노력 끝에 회사에 심심치 않은 매출도 가져다 줄 수 있었다.

때론, 인간을 믿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을 보려면 수치나, 스펙이 보여주는 어떤 것들이 아니라, 그 서사적 맥락들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숫자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때론 우리는 사업적 계약을 할 때, 그 사람을 보려고 한다. 그것이 경제적 직관성이라면 직관성일 것이다. 사업성, 그에 따른 수익,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전복시키는 건, 한 인간의 열정과 창의성이 아닐까.

그것을 경제적 잠재력이라고 한다면 잠재력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인에게 어쩌면 잠재성을 보는 것은 필수적인 능력이 아닐까. 가끔 여러 경제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를 하다 보면, 다들 자신만의 인간론이 있다. 어떤 사람과 일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 사람이 아무리 숫자를 들고 와도, 자신이 하는 사업 너머의 무엇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참 같이 하기 어렵다고. 그런 얘기들을 듣는다.

그저 희망찬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경제인들에게 있어 숫자는 중요하지만, 가끔 어떤 지점에서 너무 인간을 숫자로 만드는 놀이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얻는 건 숫자일지라도 사람을 얻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경제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다고 믿는다. 

유휘량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 석사 졸업, 현대문학 현대소설 전공 박사수료

지금까지 시를 꾸준히 써왔고,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부마항쟁기념재단, 숲과나눔재단,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책임자로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으며, 통일인문학단, 통일부,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정신문화재단 등에서 논문으로 여러 차례 수상을 하였다. KCI에 논문을 다수 게재하였으며, 공저로 <몸의 미래 미래의 몸>이 있다. 현재 한겨레교육에서 문학, 정신분석, 철학 등 문예창작에 필요한 이론들을 강의하고 있으며 2022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스케치 - 기린의 생태계>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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