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형마트 점장 13명에 희망퇴직 요구
희망퇴직 거부자는 팀원으로 강등..부서도 바꿔
중앙노동위 이어 1~2심 법원도 부당인사로 판정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홈플러스가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거부자는 부서를 바꾸고 직급까지 강등시키는 등 퇴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정부와 맞붙은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홈플러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지난 7일 기각했다.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결론이다.

이 소송은 홈플러스가 일부 점장들의 부서를 바꾸면서 시작됐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019년 10월 오프라인 점포 점장 10명을 영업개선TF팀으로 전환배치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들은 재직기간 대부분을 지역본부에서 일하며 점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점포를 옮기며 계속 점장으로 근무한 직원들이었다.

이들이 영업개선TF팀으로 전보된 것은 희망퇴직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홈플러스는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실시해 우수(B), 완수(G), 개선(A), 미흡(R) 순으로 평가등급을 매긴다.

이들은 2018년도 점장 성과평가 중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성평가에서 모두 최하위인 0점을 받았다.

80%의 배점이 달린 정량평가 점수는 전체 140개 점포 중 최하 128등 이상으로 미흡(하위 3~5%) 등급범위를 벗어났으나 정성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아 대부분 최종 등급으로 미흡 또는 개선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이후 점장들 중 업무실적이 미진한 근로자 13명을 선별해 점장 면직 발령을 실시하기로 하고 면직 대상자들에게 몰(Mall) 공실 개선 업무와 더 클럽(The Club) 고객 확보 업무를 새로 부여하는 영업활성화TF 운영계획을 수립했다.

또 2019년 9월 두차례에 걸친 면담을 통해 면직 대상자 13명에게 “퇴직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직책으로 전환배치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이중 3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으나 나머지 10명은 희망퇴직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홈플러스는 이들 10명 모두를 영업개선TF팀으로 보냈다.

직급은 점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다. 이중에는 근무지역이 부산과 대구에서 서울로 바뀐 직원도 있었다.

이에 인사조치를 당한 전직 점장 8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 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이를 수용했다.

중노위는 “홈플러스의 전보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점장들에 대한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준수했다고 볼 수 없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 결정에 불복,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도 홈플러스의 인사가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해 7월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홈플러스의 전보처분은 단순히 인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넘어 사측이 선정한 13명의 면직 대상자 중 희망퇴직 제안에 불응한 근로자들에 대해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문에는 면담 과정에서 지역본부장들이 면직 대상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압박한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역본부장들이 “영업개선TF팀에선 점장직을 내려놔야 하며 목표치가 높고 일별·월별·분기별 영업리포트를 제출할 뿐 아니라 월별·분기별 평가위원회를 통해 등급을 부여받는 등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거나 “전보는 실질적인 퇴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담긴 것이다.

또 “영업개선TF팀 일이 쉽지 않을 것이고 과거 프로그램과 전혀 다르며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와 금전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진짜로 회사가 이 정도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운영할 것 같으면 상당히 각오는 많이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지역본부장도 있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의 전보처분은 면직 대상자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하게 할 강력한 유인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며 “영업개선TF팀은 퇴직 압박이라는 주된 기능 외에 업무능률을 증진시키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기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면직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준에 따랐어야 하지만 사측이 면직 대상자 선정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는 2018년도 성과평가 결과, 클러스트 등급, 오퍼레이션 등급 모두 합리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실상 퇴직 프로그램으로 엄격한 평가가 예정된 업무수행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감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참가인들의 경우 근무권역이 오랫동안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던 부산, 대구 등에서 서울로 변경돼 가족생활상의 불이익도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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