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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사건 그 후] 와우아파트 붕괴...시대가 낳은 참사판자촌 이주대책으로 기안, 졸속행정의 산물
사고 후 50년 흘렀지만 부실 시공은 여전
김영 기자  |  divazero@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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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6  09: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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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전 와우시민아파트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70년 4월 8일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자락에 있던 와우시민아파트 1개 동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로 34명이 사망했고 40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준공 4개월 만에 일어난 참사로 졸속행정과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 와우아파트 붕괴 이후 국내에선 건축물 안전진단이 대폭 강화됐고 이후 등장한 시범아파트가 국내 아파트 건축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부실시공에 따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60년대는 이촌향도(離村向道)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전국 각지에서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고 판자촌으로 대표되는 무허가 건축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판자촌 난립에 따른 주거 불안은 정부 차원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불도저 시장’으로 세간에 기억되는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에게 무허가 건축물 정리 지시를 내렸고 김 시장의 전시 행정은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사고를 초래했다.

   
▲ 시민아파트 계획을 추진했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

겉만 번지르르했던 시민아파트

대통령 지시 직후 서울시는 무허가 건축물 전수조사를 시행해 법 위반 건축물 13만 6000여 동을 확인, 이 중 4만 6000여 동은 개량을 통해 양성화시키고 나머지는 철거키로 했다.

철거민에 대한 이주대책도 함께 마련됐는데 시민아파트 2000동 건축 및 광주(현 성남) 대단지로 10만 명 이주계획이 그것이다.

계획은 빠르게 진행됐다. 1968년 6월 첫 시민아파트인 금화시민아파트가 착공에 들어갔고 1970년까지 시민아파트 447동이 건립됐다. 이주를 위한 정책 편의도 마련됐다. 빈민층 이주 목적의 주택이다 보니 시민아파트 입주자는 최초 계약금 납부 후 최장 15년까지 잔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민아파트는 변화하는 서울의 상징이자 김현옥 시장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포장됐으나 실상은 문제투성이였다.

일단 건축에 책정된 예산 자체가 너무 적었고, 단지별 시공 기간도 6개월에 불과했다.

공사는 대형사가 아닌 30여 중소업체가 도맡았는데 이들이 하청을 주다 보니 그러잖아도 적었던 예산은 더욱 줄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업체에선 골조공사만 마무리하고 손을 뗐는 경우가 많았고 내부공사는 입주민이 책임지기 일쑤였다.

아파트 품질 또한 형편없었다. 전용면적 11평(36㎡)대 소형인 시민아파트는 단열·방음에 취약했다. 초기 모델의 경우 세면장과 화장실을 층당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아파트 대부분이 산 중턱에 건설되다 보니 상수도 수압이 약해 밤에 고무통에 물을 받아 낮에 퍼서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안전의 핵심인 내력 구조도 문제였다. 건물 하중을 내력벽이 지탱하는 게 아닌 기둥과 보, 슬래브를 통해 분산 지탱했다.

부실로 인한 사건 사고도 비일비재했다. 겨울철이면 갈라진 벽과 바닥 틈 사이로 연탄가스가 새어 나왔고, 담벼락이 무너져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나 배관이 뒤틀려 아랫집으로 화장실 오물이 세기도 했다.

시민아파트는 판자촌 거주 빈곤층을 위한다는 건설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정부가 판매한 입주권 자체는 싸게 책정됐으나 해당 거래에 브로커가 개입하며 입주권 가격이 폭등, 이른바 ‘딱지’ 거래가 횡행했고 이에 딱지를 판 극빈층은 서울 근교 더 싼 집으로 떠나고 중산층 상당수가 시민아파트에 입주하게 됐다.

중산층 입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했다. 당시 정부는 빈민층 생활 수준을 고려 1㎡당 270kg을 견딜 수 있도록 아파트를 설계했는데, 실제로는 중산층들이 주로 입주하게 되며 건물이 받게 된 하중은 예상치의 3배를 쉽게 초과했다.

   
▲ 붕괴 사고 직후 와우아파트 <사진= 서울시 소난재난본부>

무너질 수밖에 없던 와우아파트

시민아파트 계획 자체가 문제투성이였는데 그중에서도 이제 막 지은 와우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것은 이 건물이 온갖 부실시공의 결정체였기 때문이다.

와우시민아파트는 5층 규모 총 19동이 지어졌다. 이 중 13동에서 16동까지를 대룡건설이 담당했는데 대룡은 이를 무면허 토건업자인 박영배에게 하도급을 줬다.

대룡이 정부에서 받기로 한 공사비는 동당 1100만원이었고 하청 과정에서 공사비 125만원이 뜯겼다. 박영배는 요즘 기준으로 10억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5층 아파트를 지어야 했다.

공사는 당연히 날림으로 진행됐다. 기둥에 들어가야 할 철근 수는 기본 설계의 1/10 수준으로 줄었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짧은 공기 탓에 건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지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박영배가 지은 아파트는 1969년 12월 입주를 시작해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이 되며 녹자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붕괴된 15동에는 당초 30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는데 사고 당시 그 절반만 입주한 상태다 보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붕괴 직후 원인 조사에서도 부실 자재 사용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 구룡마을 판자촌 <사진=현대경제신문>

50년 흘렀지만 여전한 부실시공

15동 붕괴 후 박영배가 지은 나머지 3개 동도 부실이 확인돼 철거됐다. 사고 책임을 지고 김현옥 시장이 경질됐고 박영배는 구속됐다.

정부는 당시까지 완공된 시민아파트에 대한 안전검사도 진행했는데, 총 434개 동 중 349개 동의 부실이 확인돼 보수 및 철거 작업이 1977년까지 진행됐다. 시민아파트 추가 건설계획도 전면 폐기됐다.

이후 정부의 도시민 주거 계획도 전면 수정됐다.

빈민층 대상이 아닌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시민아파트 대비 안전성 및 주거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시범아파트였다. 그리고 이는 현대 대한민국 아파트의 전형이 됐다.

다만 사고 이후로도 꾸준히 국내에선 말되 되지 않을 부실시공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사고가 최근에는 광주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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