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등 주요 4대 거래소 호환 안돼
"현행방식으로 정확한 트래킹 어렵다"
"송금내역 등 금융정보노출 위험 커져"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트래블룰이 시행됐지만 개인 금융정보 노출 위험성은 크고 정작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 및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 25일 첫 시행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래블룰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세계 최초로 도입됐지만 주요 4대 가상자산 거래소 간 호환이 어렵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5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로 이전할 때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트래블룰’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트래블룰은 지난해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암호화폐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이동경로를 파악해 자금세탁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에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는 지난해 6월 가상자산 트래블룰 공동 대응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트래블룰을 이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업비트가 합작법인에서 탈퇴해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트래블룰 시스템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빗썸·코인원·코빗은 공동 개발한 ‘코드’(CODE) 시스템을 적용하게 됐다.

이후 양측은 트래블룰 도입 시기에 맞춰 두 솔루션이 연동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했으나 시스템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4월 24일로 유예되면서 현재 투자자들의 거래소 간 거래는 불가능해진 상태다.

또한 트래블룰 적용 금액, 출금 가능 거래소 등이 거래소별로 각기 다르다는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우선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트래블룰을 적용했다. 빗썸은 자금세탁 방지를 강화하겠다며 모든 금액에 트래블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출금 가능 거래소도 제각각이다. 업비트는 업비트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으로만 입금이 가능하나, 빗썸의 경우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13곳 해외 거래소 입출금이 가능하다. 코인원, 코빗도 바이낸스와 거래는 가능하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트래블룰 도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지적과 함께 개인 금융정보 노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국제 표준안과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의 트래블룰 시행은 오히려 금융정보 노출 위험만 키운다”며 “국제적인 표준이 없는 상태이기에 추후 상황에 따라 다른 국가와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룰이 시행됨에 따라 코인 거래에도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 방식으로는 정확한 트래킹이 어렵다”며 “결국 입출금자의 개인지갑과 송금내역 등 개인의 금융정보가 공개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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