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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사건 그 후] 후발주자 신한, 국내 1위 조흥 인수최고(最古) 자랑하던 조흥, 신한에 흡수
통합은행 출범 후 조흥 역사 사라져 가
김영 기자  |  divazero@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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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9  11: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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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은행>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주 기준 국내 1등은 신한지주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이 676조원으로 660조원의 KB금융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1982년 재일교포들에 의해 설립된 신한은행이 모태인 신한지주가 오늘날 1등 금융지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조흥은행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신한은행 역시 조흥은행 인수 후 통합은행이 출범한 2006년 4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고 있을 만큼 이를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단, 피인수 기업의 한계가 그렇듯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자부심 높았던 조흥의 역사는 신한에 넘어간 뒤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은행권을 대표하는 단어는 ‘조상제한서’였다. 조흥은행을 필두로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5곳을 줄여 부르던 말로 이들 은행은 산업화 시대 한국 경제 혈관으로 맹활약했다.

조상제한서란 단어가 이제는 쓰이지 않게 된 건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거치며 거짓말처럼 이들 은행 5곳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조흥은 신한에 서울은 하나은행에 매각됐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 후 한빛을 거쳐 우리은행으로 재출범했다. 제일 역시 스탠다드차타드 인수 후 은행명이 사라졌다가 최근 ‘SC제일’이란 브랜드명만 회복한 상태다.

조상제한서의 몰락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급성장했던 국내 주류 금융권의 부끄러운 속내를 보여준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들 은행들은 하나 같이 부실 대출이 차고 넘쳤고 리스크관리라는 건 애초에 없었다. 결국 외환 위기 앞에서 정부 도움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한 한심스러운 작태를 보여줬다.

그렇기에 은행권에 대한 당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개선작업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오늘날 조상제한서 자리를 대신하게 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민간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수준의 자산 건전성을 자랑하며 과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민간 금융을 대표하던 조흥의 신한으로 인수 결정의 경우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결정 당시의 아쉬움에 더해 조흥의 역사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 <사진=신한은행>

대한제국 때 설립된 조흥, 100년 만에 몰락

조상제한서의 첫 번째를 차지했던 조흥은행의 전신은 대한제국이 성립된 1897년 문을 연 한성은행이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출발한 한성은행은 일제 강점기 당시 해동은행과 경성합동은행, 동일은행 등을 잇달아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고 1943년 ‘조선을 흥하게’란 의미를 담은 조흥은행으로 개칭했다.

광복과 함께 조흥은 발권 은행 자리를 넘볼 만큼 위상과 실적 모두 민간 금융 대표 은행으로 급부상했는데, 1961년 5.16 군사 정변 후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갔고 1982년 장영자 사건 등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1983년 민영화에 성공한 조흥의 몰락은 창립 100주년이던 1996년 찾아왔다. 이 해 조흥은 한보 부실 사태에 연루된 은행장이 구속됐으며, 이듬해엔 자산 건전성이 위협받으며 퇴출 은행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조흥은 계열사 순차 매각 및 부실채권 정리 외자 유치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빠르게 갚아 나가며 퇴출 후보 은행 중 가장 나은 모습을 보였으나, 2003년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조흥의 신한으로 매각을 전격 결정했다.

   
▲ <사진=신한은행>

신한, 강소은행에서 최대·최고은행으로 급부상

신한은행은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을 위시한 재일교포들에 의해 1982년 설립됐다.

일본에서 자본 반출이 쉽지 않던 시기다 보니 설립 당시 자본 규모는 크지 않았는데, 기존 은행들과 다른 적극적인 영업 방식에 더해 일본 기업 특유의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자랑하며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 갔다.

특히 신한의 위기관리 능력은 IMF 정국에서 그 진가를 보였다. 조상제한서로 대표되는 국내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질 때 신한은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퇴출 은행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1998년에는 실향민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동화은행을 인수했으며, 2002년에는 신한과 마찬가지로 재일교포가 설립한 제주은행이 신한금융 산하로 들어왔다.

그리고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 합병, 은행 설립 24년 만에 국내 대표 은행 자리에 올라섰다.

   
▲ <사진=신한은행>

사명 사라진 조흥, 역사도 사라져 가

신한의 조흥 인수에 대해 당시 업계에선 이해 가지 않는 결정이란 의견이 상당했다.

조흥이 가진 상징성은 차치하더라도 퇴출 후보 은행 중 가장 나은 경영 개선 실적을 보여주고 있었던 은행을 너무 성급하게 매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한으로 인수가 일찌감치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배려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실제 1999년 기준 조흥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2조 7,000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여타 은행들에 최소 7조원에서 최대 15조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조흥은 공적자금 수혈 후 자회사 매각 및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이듬해인 2000년 공적 자금 수혜 은행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조흥 안팎에선 점진적 분할 매각 및 독자 생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한과 조흥 통합 후로는 100여 년이 넘는 조흥 역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 당시 신한지주는 은행명으로 신한을 유지하면서도 존속 법인은 조흥을 택했다. 조흥이란 이름은 버리지만 100여 년이 넘는 역사는 이어받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신한은 민간은행 중 가장 앞선 조흥의 은행 코드를 물려받았고 은행연합회 회의에서도 조흥이 차지했던 민간은행 상석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단, 대외적으로 신한이 조흥을 진짜 계승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창립 기념일을 조흥은행 설립일(2월 19일)이 아닌 통합은행 출범일로 삼고 있는 것은 물론 대한천일은행(1899년 설립) 후신인 우리은행이 ‘우리나라 첫 은행’이란 구호를 내세웠을 때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대해선 피인수 기업인 조흥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에 신한 내부적으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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