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리스크·매파적 연준…한국 증시 휘청
'셀코리아' 나선 외인…3월 5조6천억 순매도
증권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 변동성 확대"

[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올해 금리인상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증시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당초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올린다고 밝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이 한번에 0.5%p를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을 시사하자 증시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이달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고 동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약해진 상황이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리스크에 출렁이는 국내외 증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1%를 돌파하는 등 미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긴축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 증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이로 인한 원자잿값 폭등도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한때 양국의 휴전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다시 유가가 110~120달러로 올라서자 국내외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증시는 3월 이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셋째주(3월 14~18일) 코스피지수는 하루 평균 0.95% 등락률을 기록하며 2600~2700선에서 혼조세를 보였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난 2월부터 이어졌다. 코스피는 2월 25일부터 연달아 4거래일 급등(3.7%), 이후 3거래일 급락(4.5%)한 뒤 3월 10일에는 하루만에 2.21% 상승했다. 이후 지난 11일부터 3거래일(2.21%) 연달아 하락한 뒤,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1.21% 오르며 2,700선을 오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혼조세다. 미국 기술주를 담은 나스닥종합지수의 이달 평균 등락률은 1.85%로 변동성이 매우 컸다.

특히 이달 초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 11월 사상 최고 대비 20% 이상 빠지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나스닥의 약세장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도 지난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10% 넘게 떨어지며 조정에 들어갔다.

올 초부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이유는 미 연준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까지 터진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 최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하지만 물가가 너무 높다”며 “기준금리를 0.25%p 이상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를 한번에 0.5%p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뉴욕증시는 미 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 등에도 비교적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 23일 나스닥 지수는 1.95% 급등하는 등 주요 지수가 1% 안팎의 강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7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1.95%)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 증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앞서 미 연준의 0.25%p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평가했으나,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물가와 긴축 속도에 대한 경계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위원들의 발언이 지속됐다”며 “물가와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고밸류 기술주에 대한 부담 역시 재점화 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의사록과 3월 소비자 물가, 1분기 실적시즌 등 확인해야 할 요인들이 4월부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정 기간 동안 증시의 전반적인 지수 상단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 외국인 '셀코리아' <사진=연합>
코스피 외국인 '셀코리아' <사진=연합>

증시 떠나는 외국인…대형주 연일 신저가

지난달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셀 코리아’(Sell Korea)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외국인 비중이 큰 코스피 대형주들은 연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형주 집중 순매수에 나서 지난 1월 3일부터 2월 초까지 1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된 지난 2월 24일부터 한 달 새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5,52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매도세는 삼성전자(-2조1,308억원)에 집중됐다. LG에너지솔루션(-9,225억원)과 현대차(-4,091억원), 셀트리온(-3,429억원), 기아(-2,824억원), LG화학(-2,761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 대형주 지수도 0.74% 하락했다. 코스피 대형주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상위 1~100위에 해당하는 종목을 뜻한다. 이 기간 5조원이 넘는 규모의 개인의 대형주 순매수세도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크게 악화되자 이달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코스피 대형주는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G생활건강, LG화학 등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3월 15일 장중 16만2,000원까지 떨어져 신저가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키로 한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15일 장중 주가가 35만5,000원까지 하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2월 15일부터 19거래일 연속 LG에너지솔루션 매도 우위를 유지했다. 상장일인 1월 27일부터 신저가를 기록한 지난 15일까지 외국인의 LG에너지솔루션 누적 순매도 금액은 3조 497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주가는 28.81%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118조2,000억원에서 84조1,230억원으로 34조원가량 줄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도 셀 코리아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1조 6,913억원어치 팔아치우자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넉 달 만에 장중 6만원대로 떨어졌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가 약세인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투자 매력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외국인 수급 불안으로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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