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김기병 회장 동화면세점 지분 19% 매입
3년 뒤 풋옵션 행사..김 회장 “지분으로 가져가라”
호텔신라, 2심서 졌지만 17일 대법원이 파기환송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사진=동화면세점 홈페이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사진=동화면세점 홈페이지>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호텔신라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동화면세점 지분을 두고 벌이는 민사소송의 상고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민사2부는 호텔신라가 김기병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을 17일 파기환송했다.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결론이다.

이번 소송은 호텔신라가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이 보유하던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지난 2013년 5월 600억원에 매입했다.

이 매매계약에는 특별조항이 붙었다.

호텔신라가 3년 뒤부터 주식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김 회장이 이 주식을 매입하지 못하면 김 회장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잔여지분 30.2%를 호텔신라가 가져간다는 조항이었다.

호텔신라는 이 조항을 이용해 약 3년 후인 2016년 6월 김 회장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되사가라는 요구였다. 호텔신라는 같은해 12월 지분 매각 요구금액으로 가산금을 포함해 총 788억원을 제시했다.

당시는 박근혜정부가 경북 상주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면세업계의 주력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때였기에 동화면세점 지분 보다 현금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회장의 잔여지분 30.2%가 아닌 풋옵션을 선택한 것은 현행법상 호텔신라가 대기업으로 분류돼 중소면세사업자인 동화면세점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담보로 맡겨놓은 잔여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넘기겠다고 통보했고 양측은 결국 소송전을 벌였다.

1심에서는 호텔신라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2020년 6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호텔신라가 매매대금 등을 받지 못하고 그보다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동화면세점 잔여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주식 매도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며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78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지난해 4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호텔신라의 요구에 불응해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재매입하지 않더라도 호텔신라로서는 지분 30.2%만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김 회장이 잔여주식을 호텔신라에 넘기면 김 회장에게 더는 추가청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호텔신라는 대법원에 상고하며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날 상고심이 파기환송됨에 따라 승기를 잡게 됐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