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주요 프랜차이즈의 메뉴 가격을 공개했다.

대상은 죽과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 12개 품목이다.

범부처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조치였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외식 품목의 주요 업체별 가격을 한데 모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해 추진됐다.

농식품부가 62개 브랜드의 최근 4개월간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22곳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가맹점 수 등을 고려해 조사대상 프랜차이즈 브랜드 62개를 선정했고, 브랜드별로 15개 매장을 표본으로 지정했다.

각 브랜드 공식 누리집 등을 통해 대표메뉴 1∼3개의 가격을 조사해 매주 수요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누리집에 전월·전주 대비 인상률 등의 동향을 게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프랜차이즈 업체의 메뉴 가격이 매주 등락을 확인할 정도로 시세가 급변하는 품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 프랜차이즈 메뉴인 치킨의 경우도 이번 발표에선 bhc치킨, 교촌치킨, 굽네치킨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bhc치킨은 2013년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12월 가격을 올린 것이었다.

교촌치킨도 2014년 콤보와 스틱 등 일부 부분육 메뉴 가격을 인산한 뒤로 7년 만인 지난해 11월 가격을 올린 상태다.

도미노피자 역시 올해 1월 가격을 올렸으나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여 만에 단행된 인상이었다.

스타벅스도 지난달 13일부터 커피메뉴 가격을 올렸지만 이는 지난 2014년 7월 가격 조정 이후 만 7년 6개월 만이었다.

1주일마다 가격을 확인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지난해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해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이 ㎏당 2만6132원으로 2020년 말에 비해 24.7%, 2019년과 비교해서는 47.1% 급등했으나 삼겹살 가격이 2만5000원을 넘은 것은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10년 만이었다.

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업종은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삼겹살과 돼지갈비, 김밥 등 다른 나머지 업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자재값 인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 결과’에서도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연매출은 전년 대비 9.0% 감소했고 종사자 규모는 5.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은 실적 방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고객 반발과 이탈이 뻔한 가격 인상을 쉽게 단행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국내 카페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타벅스도 7년 만에 가격을 올릴 정도다.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먹거리의 가격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

문제는 주기다.

1주일마다 62개 브랜드의 메뉴 수천가지를 조사하고 직전주, 전월과 비교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다. 그 시간을 원자재가격 안정과 국산 식품의 수출을 고민하는 게 더 이득일 터다. 정부의 도입 취지와 담당공무원의 노력에 비해 효과가 적진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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