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산업팀장
김영 산업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EU 집행위는 양사 합병에 따른 LNG 추진선 시장 독과점 출현을 우려해 승인을 거절했고,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도 심사를 철회했다.

다행히 합병 무산에 따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던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돈을 고스란히 신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당장 자립이 걱정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지출 축소를 위한 다운사이징을 제외하면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이 이미 이뤄졌고,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수주 실적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도 기대된다.

매각 무산 파장이 적다고 하나 이번 딜 실패에 있어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책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산은은 기업 회생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빠른 공적자금 회수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업황이 최악이던 시절 골칫거리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저가에 떠넘기려 했으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독과점 이슈에도 수수방관했다.

그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새주인 찾기는 3년여의 시간을 허비했고, 다시금 기약 없는 기다림을 앞두고 있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공적자금 회수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동걸 회장 취임 후 산은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대우건설을 중흥그룹에 매각했다. 이때 역시 해당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부실 매각이란 지적이 제기됐으나 산은은 시장의 매각 반대 목소리를 묵살했다.

IMF 이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으나, 애당초 기업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또한 국내에선 드물게 산업육성을 위해 투자은행 역할도 수행해 왔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완료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공적자금 회수에 앞서 기업지원과 산업육성이란 산은의 존립 목적을 잊어선 안될 것이란 말이다.

회생 가능성 높고 성장성이 충분한 기업이라면 제값을 받을 수 있게 잘 육성하고 제대로 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게 진짜 산은이 해야 할 일이다.

이동걸 회장은 관리기업의 조기 매각이 본인의 치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매각 실패를 계기로 산은이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국책은행으로 다시금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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