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중국발 인플레이션과 국제 곡물가격 강세로 밥상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라면부터 우유, 참치캔에 고추장, 된장, 쌈장 가격까지 인상하고 카페업체들과 외식업체들마저 가격 인상을 결정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결국 정부가 식품업계에 “밥상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편집자주]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고추장, 쌈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고추장, 쌈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지난 뒤 고추장·된장값 오른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다음달 3일부터 고추장과 된장, 쌈장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이에 따라 태양초골드고추장 1kg의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9.4%, 태양초골드고추장 200g은 3150원에서 3400원으로 7.9% 각각 오른다.

대상도 설 연휴가 끝난 다음달 7일부터 장류의 가격을 평균 11.3% 올린다.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설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점을 최대한 미루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감내하는 것도 한계라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계란 값이 올랐고, 과일·육류 등 밥상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3일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가격은 6284원으로 약 1년 전보다 11.7% 올랐다.

배추 1포기 가격도 지난해보다 44.3% 뛰었다. 포도(샤인머스캣)와 감귤 가격도 각각 26.6%, 16.9% 급등했다. 딸기 100g의 평균 소매가격도 2602원으로 54.8% 상승했다.

이 외에도 축산류, 나물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오르면서 명절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10만원 이상 늘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0년 만에 최고

이러한 밥상물가 상승은 중국발 인플레이션과 국제곡물가 상승의 영향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지속, 글로벌 공급망 병목 장기화 등으로 중국 생산자물가와 수출물가가 장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국내 물가에 적지 않은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지난해 10월 13.5%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11월에는 12.9%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밀이나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의 강세도 밥상물가를 뛰게 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지난해 125.7포인트로 2020년보다 28.1% 뛰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곡물(131.2포인트), 유지류(164.8포인트)가 고공행진을 했다.

이에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7% 올랐다. 이 중 특히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대비 6.7% 뛰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2.5%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4.0%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라고 밝혔고,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원자재 가격 강세,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위협 요인은 여전하다.

소비자물가 3개월 연속 3%대 상승

집밥이 아닌 밖에 나가 밥을 먹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식물가는 4.8% 올랐다.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갈비탕(10%)과 김밥(6.6%)·라면(5.5%) 같은 서민 음식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 올랐다. 10월부터 3개월 연속 3%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은 4.8%로, 2011년 9월(4.8%)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9개 외식물가 품목 중 1년 전보다 물가가 오르지 않은 품목은 커피(0.0%)뿐이었다.

갈비탕(10.0%)이 가장 많이 올랐고, 생선회(8.9%)·막걸리(7.8%)·죽(7.7%)·소고기(7.5%)·김밥(6.6%)·치킨(6.0%)·피자(6.0%)·볶음밥(5.9%)·설렁탕(5.7%) 등이 뒤를 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즐겨 먹는 짜장면(5.5%)·라면(5.5%)·삼겹살(5.3%)·햄버거(5.2%), 비빔밥(5.0%)·돈가스(4.9%) 등도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김치찌개 백반과 된장찌개 백반 물가도 각각 4.2%, 4.0% 올랐다.

카페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1위 업체인 스타벅스와 커피믹스 1위 업체 동서식품은 지난 13~14일부터 가격 100~400원, 출고가 7.3%를 각각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를 포함한 46종(전체 53종)의 음료 가격을 각각 100~400원 올렸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400원 뛰었다.

동서식품의 맥심 오리지날 170g 리필 제품은 5680원에서 6090원,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 제품은 1만1310원에서 1만2140원,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은 1만4650원에서 1만5720원으로 출고가가 올랐다.

이 같은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은 2014년 7월 이후 만 7년 6개월 만이다. 동서식품도 지난 2014년 7월 이후 8년 만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국제 원두 가격을 포함한 원재료 가격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물류비용 급등을 이유로 꼽았다.

기재부 “물가 대응이 무엇보다 시급”

물가가 급상승하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

정부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주요 정책 점검회의를 설 전까지 물가에만 집중한 회의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외식 가격을 소비자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피자·치킨 등 가격 동향을 다음달부터 발표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위치한 농수산식품공사 대회의실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당초 이날 회의는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와 정책회의, 한국판뉴딜 점검회의, 물가관계차관회의 등 4개 회의가 함께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나머지 회의는 취소했다.

이 차관은 “1월은 연초 가격 인상 등으로 통상 전월 대비해 물가가 상승하는 달로, 특히 2월 초 설 명절을 앞두고 명절 수요 등 상방요인이 다수 존재한다”며 “물가 대응이 무엇보다 시급하니 설 명절 전까지 향후 3주간은 물가에만 집중한 회의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식품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농심, 대상, SPC,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5개 식품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농식품부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 식품 분야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 확대 등 정부의 올해 식품기업 지원정책과 관련한 사업을 안내했다.

또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권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업계에서도 경영효율화를 통해 고통을 분담해달라”며 “정부는 단기적인 금융·세제 지원에 더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업계의 부담을 줄일 기술개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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