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속 저가 수주 우려 적어, 일부 기자재 업체 수혜 기대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이 EU 반대로 최종 결렬됐다. 업계에선 글로벌 조선 빅2간 빅딜이 무산됐으나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결합이 최초 추진될 당시와 비교해 현 시장 상황이 변화, 합병 추진 목적이던 저가수주 경쟁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4일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시작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 심사 관련 최종 불허를 통보했다.

EU는 양사 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시장 내 지배적 위치 형성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고 불허 사유를 밝혔다.

유럽에는 주요 선박 발주처인 글로벌 선사와 선주들이 몰려 있다 보니 EU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무산을 의미한다.

3년여를 끌어온 기업결합이 중단됐으나,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자국 우선주의 및 반(反)독과점 경향이 강한 EU 측이 지난해 말부터 이번 합병 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피력, 투자시장 중심으로 불허 결정에 대한 예상이 컸기에 이번 결정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그룹은 성실한 기업결합 심사 진행 의사를 꾸준히 밝히면서도 EU가 요구했던 LNG 사업부 축소 및 기술이전 등의 요구조건에 대해선 불수용 입장을 강력히 고수해 왔다.

현재 조선업황을 고려할 때 합병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기록적인 발주를 통해 조선사마다 수주잔고가 충분히 쌓인 상황에서 신조선 선가 또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조선사 실적에 악영향을 준 원자재 가격 또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소 간 빅딜은 지나치게 적은 신조선 발주량이 장기간 형성될 때 경쟁적인 저가수주를 방지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됐다”며 “조선 시장 내 참여자들의 다운사이징(글로벌 신조선 건조능력 3500만 CGT 내외)이 완성단계 있고 선주들의 신조선 투자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요즘(2021년 발주량 4646만 CGT)과 같은 상황에서 빅딜이 아니어도 조선업체 간 출혈 경쟁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편입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던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도 단기적으로 볼 때 합병 무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당초 한국조선해양이 유상증자를 실시 대우조선해양에 제3자 지정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지원 기한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업계 내에선 이번 합병 무산으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 합병 무산으로 대우조선해양에 기자재를 납품해 오던 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HSD엔진 경우 국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중심으로 엔진을 납품해 왔으며,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엔진사업이 내제화 돼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수주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합병 결렬에 따라 수주 감소 위기를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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