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독점당국, 유럽 해운사 피해 우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3년여를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해운사 독과점 피해를 우려한 유럽연합(EU)이 합병 불허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메가조선소 출현을 통한 조선업계 재편 시나리오도 사실상 중단됐다.

12일 업계 따르면 EU 반독점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미승인으로 결론짓고 이르면 이번 주 중 공표할 예정이다.

EU는 양사 합병시 액화천연가스(LNG)선 독과점에 따른 유럽 해운사 피해가 우려된다는 견해를 꾸준히 고수해 왔다. 주요 LNG선사 및 선주가 유럽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LNG선 시장 점유율 60%가 넘는 메가조선소 출현 시 자국 기업의 독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EU는 현대중공업그룹 측에 사업부 축소 및 기술 이전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현대중공업그룹은 요구 조건 수용 시 사업 경쟁력이 약화돼 합병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EU의 이번 결정은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 기업결함 심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합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 직후 한국·일본·EU·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중국 등 3국에서 합병 승인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 경쟁당국은 심사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EU 결과가 나온 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EU 측이 최종 불허를 결정할 경우 두 국가 또한 합병 불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며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돼 온 국내 조선업 재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하며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 메가조선소 출현을 통해 우리 조선업계가 한 단계 진일보할 것이라 밝혀왔다. 지속적인 저가 수주 경쟁에서 탈피, 수익성 향상을 통한 체질개선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였다.

이번 합병 무산에 따라 글로벌 조선업계는 한동안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내 메가조선소 탄생 소식과 더불어 자국 대표 조선소 합병을 진행 해 온 중국과 일본에서도 재편논의가 차질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최근 조선업 경기 및 각사 상황을 고려할 때 합병 무산에 따른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업계 중론이다.

합병 논의가 진행될 당시와 달리 최근 조선 경기가 호황을 유지하고 있어 급하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서둘러 진행될 이유가 없고, 현대중공업그룹 내부적으로도 신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EU 결정으로 조선업 재편이 중단됐으나, 업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만 20여 년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 새주인 찾기가 다시금 좌초됐다. 산업은행이 서둘러 새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눈여겨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