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대상 수상자 원미란 씨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대상 수상자 원미란 씨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등에는 짐이 높다랗게 쌓여 있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위태로워 보이지만 남자는 균형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차가 다니지 않는 숲 속의 나뭇길. 남자는 그렇게 긴 시간을 묵묵히 걷는다. 팔짱을 낀 채 오직 몸과 마음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소망하며, 걷고 또 걷는다. 어느덧 새의 지저귐조차 정적으로 바뀌고 거친 숨소리조차 가라앉았을 때,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하고야만다는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흐른다. 곧이어 땀으로 흠뻑 젖은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어쩐지 희열로 가득 차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나는 절로 문학을 떠올린다. 또한 거듭 중심을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을 떠올린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무거운 등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마다 이 당선소감을 생각하겠습니다. 끊임없이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에 대한 질문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에게서 너로 이어지고 우리로 향하는 눈높이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지난한 일이니 일희일비 없이 ‘덤덤하게’ 써야한다고, 무엇보다 소설 쓰는 자세를 일깨워주신 이평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요동치는 마음을 매번 다잡았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예술서가 문우님들도 고맙습니다. 뜻을 이룰 때까지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곁에 머물러있는 주위의 모든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오늘도 병마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고 해맑게 웃으시는 강미숙 님, 제가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세요. 씩씩하게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는 채은이 산하도 늘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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